미술품 거래 시장에서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는 대체불가능토큰(NFT)의 저작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미술품 제작 단계부터 암호화 정보를 담아 ‘진품’임을 담보할 수 있는 NFT가 등장한다. NFT는 실체가 없는 디지털 자산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 저작권자나 소유자 동의 없이 발행되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 문제가 논란의 불씨가 됐다. 원본에까지 암호를 걸어 NFT를 발행·판매하는 이 같은 시도가 NFT를 둘러싼 우려를 불식시킬지 주목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스타트업인 림피디티는 경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서양화가 정하눅 작가의 ‘애니마토’(Animato) 등 연작 3점의 NFT를 발행해 이달 중 판매할 예정이다.
특이한 점은 NFT에 실물 작품과 결합해 암호화한 인증 정보가 들어간다는 점이다. 원본 미술품 제작 단계부터 저작권자의 정보를 암호화한 전자칩 등을 집어넣고, 해당 작품의 NFT를 발행할 때 그 정보에 대응하는 암호화 정보를 기록하는 방식이다. 원본과 NFT의 법적 소유권·저작권 등 처분을 일체화하는 것으로, NFT와 실물이 직접 연결된 미술품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 림피디티 측 설명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NFT와 원본은 서로 진품 여부를 활용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림피디티는 이와 관련한 특허도 여러 건 출원한 상태다.
판사 출신으로 림피디티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배지호 변호사는 “NFT는 예술품에 대한 일종의 인증서로 고안됐지만, 지금까지 소유권, 저작권과 무관하게 NFT를 발행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그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이 같은 시도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한 마케팅 회사는 김환기와 박수근, 이중섭의 작품으로 만든 NFT를 경매에 올리려다 원본 진위 여부와 저작권 문제 등이 불거져 철회한 바 있다.
정 작가는 “실물 작품과 NFT를 기술적으로 결합시켜 고유성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며 “미술계에 블록체인과 NFT가 도입되는 흐름은 좋은 기회인 만큼 암호화 기술이 미술계에도 안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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