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 통합과 관련해 선거가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문 대통령은 12일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 류영모 한교총 대표, 이홍정 기독교 교회협의회 총무, 이용훈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나상호 원불교 교정원장, 손진우 성균관장, 송범두 천도교 교령, 이범창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문덕 불교종단협의회 수석부회장,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나누면서 “대통령으로 한 가지 더 욕심을 부린다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에서 남은 마지막 과제가 국민들 사이의 지나친 적대와 분열을 치유하고 통합과 화합의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 통합은) 당연히 정치가 해냈어야 할 몫이지만 저를 포함해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오히려 선거 시기가 되면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통합의 사회, 통합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종교 지도자들께서 잘 이끌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방역조치에 대한 종교계의 협조에도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각 종단마다 그동안 정부의 방역조치에 적극 협조하여 법회, 예배, 미사 같은 신앙 활동을 자제해 주셨고 심지어 부처님 오신 날 경축법회와 연등회 같은 가장 중요한 종교 행사까지 방역을 위해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솔선수범을 보여주셨다”며 “그 같은 협조 덕분에 이번의 4차 유행에서는 종교시설 관련 감염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안도했다. 오미크론과 관련해서는 “지금 정부와 종교계 간에 코로나 대응 실무협의회를 계속하고 있지만 오미크론의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종교계가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내가 보기에 접종 대상자가 3차 접종까지 빨리 마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백신접종에 대한 불신이나 불안 해소에 종교계의 역할이 아주 크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탄소중립에 대해서는 “종교계가 기후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한 실천 운동에 앞장서 주시고 또 국민의 마음을 모아 주시는 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드린다”며 “탄소중립의 목표 달성은 정부의 정책적 노력뿐만 아니라 국민과 기업의 노력이 하나로 결집되어야만 가능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과 참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종교지도자들께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시고 탄소중립을 위한 생활 속 실천 운동을 격려하며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며 “정부도 국제 사회에 한 약속을 반드시 실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원행 스님은 참석자들을 대표해 “온 세계가 코로나19로 인해서 일상이 멈춰버린 어려운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대통령, 정부, 국민, 종교 지도자들이 힘을 합쳐서 K-방역을 이뤄냈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금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다. 국민들이 분열되지 않도록, 상생할 수 있도록 종교 지도자 여러분들이 함께 힘을 합칠 것”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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