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인들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터키 정부가 고물가에도 저금리 기조를 고수하면서 리라화가 폭락했고, 그 결과 암호화폐로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를 인용해 지난해 4분기 터키 내 암화화폐 거래소 3곳에서 가상화폐 거래량이 하루 평균 18억 달러(약 2조1,389억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직전 5개 분기와 비교해도 가장 높다.
특히 터키인들은 다른 암호화폐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되는 스테이블 코인 ‘테더’ 매입에 집중하고 있다.
WSJ는 “터키 정부가 지난해 4월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했지만, 리라화 가치 하락에 터키인들이 암호화폐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화폐 가치 하락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톡특한 경제관 때문이다.
그는 ‘고금리가 고물가를 부른다’며 인플레 상황에서 오히려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 9월부터 다섯 차례 이어진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리라화 가치는 40%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터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36.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2년 9월 이후 19년 만에 최대치다. 터키 북서부 부르사의 무역업자 카안 셰나이는 “금리에 관한 무분별한 정책으로 위험하고 불안정한 암호화폐 시장이 피난처가 됐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