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을 받은 노인 환자는 치매 발병 위험이 약 30% 낮아질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감각장애와 치매의 연관성을 제시한 선행 연구가 있기는 하지만 시력 문제를 교정함으로써 인지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근거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워싱턴 의과대학 안과 전문의인 세실리아 리 교수 연구팀은 작년 12월 미국의사협회가 발간하는 내과학회저널(JAMA 인터내셔널 메디슨)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고 “백내장수술이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치매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백내장 또는 녹내장으로 진단 받고 치매가 발병하지 않은 65세 이상 성인 남녀 3,038명을 1994년부터 2018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주의력·집중력·지남력·장단기 기억력·언어능력 등을 평가하는 인지능력검사도구(CASI)를 이용해 2년마다 정기 검사를 시행하고, 점수가 크게 떨어진 경우 치매 진단을 위한 신경검사를 추가로 진행했다.
추적 기간 동안 연구 참가자 중 709명이 알츠하이머 치매, 853명은 다른 유형의 치매 진단을 받았다. 흡연 경험, 교육 수준, 아포지질단백질E(APOE) 유전자 등 치매와 관련 있는 요인을 통제하고 분석한 결과, 백내장수술을 받은 1,382명은 수술 후 10년 이내 알츠하이머 치매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치매 발생률이 약 3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술 이후 5년까지 치매 발생률이 뚜렷하게 감소했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반면 녹내장수술을 받은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 간 치매 발생률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녹내장은 안구에 영양을 공급하는 동시에 안압을 유지해 주는 눈 속 체액인 방수의 배출구가 좁아지면서 안압이 상승하고 망막의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시력이 점차 저하되면서 실명에도 이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백내장, 녹내장을 비롯한 시각장애는 모든 유형의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졌다. 독립적인 일상생활 영위가 어렵고 삶의 질이 떨어지면서 신체와 정신 활동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리 교수는 “기존에 알려진 치매 위험인자 중 일상생활에서 수정 가능한 요소는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이번 연구는 시력 등 감감장애에 관한 치료가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치매 위험이 높은 고령층은 정기적으로 안과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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