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도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과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올해 경기가 둔화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미국은 높은 인플레이션에 올해 4회 안팎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자칫 물가는 높은데 경제 성장은 정체하는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전문가 관측대로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가 겹칠 경우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와 오미크론발 소비 위축 겹치는 美=16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전문가 대상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연환산 기준 3.0%로 지난해 10월 조사(4.2%)보다 1.2%포인트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올 전체 성장률 예상치 역시 3.6%에서 3.3%로 0.3%포인트 조정됐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5.2%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WSJ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제약, 빠르게 확산하는 오미크론이 맞물리면서 이코노미스트들은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낮췄다”며 “오미크론 확산에 소비지출이 위축되고 노동 공급과 공급망 부족 사태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1.9%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월가의 예상치(-0.1%)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오미크론 영향과 함께 공급망 문제로 지난해 11월부터 할인 판매에 들어간 것이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은 소비가 경제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한다.
실제 스타벅스와 치폴레 등은 오미크론 확산에 일부 매장이나 지역에서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매장의 좌석 수를 줄이고 있다. 버거킹을 운영하는 캐롤스레스토랑그룹과 쉐이크쉑·데니스 등도 지난달 매출이 감소했다.
공급망 문제도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WSJ 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공급망 혼란이 적어도 올해 하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봤다. 내년이나 그 뒤에도 문제가 계속될 것으로 본 이들도 3분의 1에 달했다.
중요한 것은 이 같은 상황에서 물가는 고공 비행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7%까지 높아졌던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올 6월에도 5%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봤다. 올 연말의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6%에서 3.1%로 높아졌다. 특히 오미크론 확산이 ‘노동력 부족→임금 인상→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WSJ는 “기업들이 직원을 새로 고용하고 유지하기 위해 더 높은 급여를 주면서 앞으로 몇 달 동안 가파른 임금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며 “임금 상승률은 올해 말까지 전년 대비 4.5% 오르는 수준으로 내려올 수 있지만 향후 2년간 여전히 연간 약 4%대의 임금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물가 때문에 소비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형 마트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 소비자들이 유가와 각종 제품 가격 상승으로 매장 방문 횟수를 줄이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집에서 더 많이 식사하고 브랜드가 없는 저렴한 제품을 사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물가 잡기에 나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이다. 3월 첫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올해 최소 3~4회 정도의 인상이 있을 것이 유력하다. 시장에서는 높은 물가와 연준의 정책 실수에 5회 이상을 점치기도 한다. 이는 미국 성장률이 3%대로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21년간 미국 성장률이 3%를 넘었던 것은 다섯 번밖에 없다.
◇習 3연임 앞둔 中, 5% 사수에 총력=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면서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추가 경기 부양을 예고했다. 올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바오우(保五·5% 이상)’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4분기 GDP는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이 한창이던 2020년 2분기 이후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는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3.6%보다는 소폭 높다.
중국의 분기 성장률은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1분기 18.3%까지 올랐다가 2분기 7.9%, 3분기 4.9% 등으로 뚜렷한 경기 둔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내 소비 둔화에 따라 지난해 12월 중국의 소매 판매 증가율은 1.7%에 그치면서 전월(3.9%)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중국 GDP는 114조 3,670억 위안(약 2경 1,400조 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증가율은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8.0%와 대체로 부합했다. 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해 목표치를 ‘6% 안팎’으로 제시했다.
국가통계국은 이날 “외부 환경이 더욱 복잡·엄중해지는 가운데 국내 경제가 ‘3중 압력’에 직면했다”면서 “온중구진(안정 속 발전) 총기조를 바탕으로 거시 경제의 큰 틀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사회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020~2021년 두 해 동안의 연평균 성장률은 5.1%였다. 이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6.0%)보다 성장 추세가 눈에 띄게 둔화한 것이다. 올해는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이는데 블룸버그가 집계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5.0%였다.
이달 초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4.3%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면서 충격을 줬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핵심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이 올해 성장률을 5.3%로 예상하고 중국 정부에 올해 목표치를 ‘5% 이상’으로 건의했는데 이마저도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과거 ‘6·4 톈안먼 사태’ 직후인 1990년 3.9% 성장 이후 2020년(2.2%)을 제외하고는 최저치다.
이에 중국 당국은 이날 전격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하면서 경기 부양에 재시동을 걸었다.
이날 인민은행은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정책 자금인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대출 금리(1년 만기)를 기존 2.95%에서 2.85%로 0.1%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이번 MLF 금리 하향 조정으로 오는 20일 취합 발표되는 1월 대출우대금리(LPR)가 두 달 연속 내려갈 것으로 기대된다. LPR은 사실상 기준금리다. LPR은 지난해 12월 0.05%포인트 내린 3.80%(1년 만기)였다. 또 인민은행은 이날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을 통해 1,000억 위안의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면서 적용 금리를 기존 2.20%에서 2.10%로 0.1%포인트 내렸다.
중국으로서는 올해 시진핑의 3연임 이상을 확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성장이 절실하다. WSJ는 “중국의 하반기 성장 둔화는 적지 않은 도전을 의미한다”고 해설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