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30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에 대해 사실상 ‘화성-12형’ 미사일의 실전배치 일환이었음을 자인했다. 화성-12형은 한반도에 증파될 미군이 주둔하는 괌기지를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무기다. 따라서 해당 미사일을 실전배치했다는 것은 북한이 유사시 미군의 한반도 증원을 견제하면서 제한적 대남 무력도발이나 남침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한층 끌어올렸음을 뜻한다.
31일 조선중앙통신은 전날의 IRBM 발사가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이었음을 알리는 보도를 냈다. 검수사격시험이란 미사일을 양산해 배치하는 과정에서 불량 등은 없는지 검사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통신은 “국방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를 비롯한 해당 기관의 계획에 따라 1월 30일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 사격 시험이 진행되었다"며 "국방과학원은 생산되는 화성-12형 무기체계의 정확성과 안전성, 운용 효과성을 확인하였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검수사격시험의 목적에 대해 "생산장비되고 있는 지상대지상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선택검열하고 전반적인 이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대목에서 통신이 화성-12형으로 ‘중거리탄도미사일’이 아닌 ‘중장거리탄도미사일’이라고 지칭한 것은 우리나라와 북한의 미사일 분류명칭 차이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최대 사거리 3,000~5,500km의 탄도미사일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지칭하고 있지만 북한은 ‘중장거리탄도미사일’로 부른다.
앞서 우리 군은 지난 30일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화성-12형이 고각발사 방식(정상적인 발사방식보다 각도를 높여 쏘는 방식)으로 쏘아올려져 최대 속도 마하16(상승단계 기준), 비행거리 약 800km, 정점 고도 약 2,000km로 날아가는 것을 탐지했다. 만약 고각발사가 아니라 사거리를 최대화할 수 있는 30~45도 가량의 정상적인 발사방식(정확한 명칭은 ‘최소에너지발사방식’)으로 쐈다면 최대 4,500~5,000km정도로 비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북한에서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의 사거리다.
북한은 지난 2017년 4~9월에도 총 여섯 차례에 걸쳐 화성-12형으로 시험발사했다. 특히 5월 14일의 4차 발사 당시엔 이번과 도발과 같이 고각발사 방식으로 쏴 약 2,000km의 정점고도와 700km의 비행고도를 기록(우리 군 탐지 데이터 기준)했다. 이후 5~6차 발사를 감행하기 전 북한 조선인민군 전략군 대변인은 그해 8월 8일 화성 -12형으로 괌 주변 해상을 포위사격하겠다는 취지로 발표를 했고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은 화성-12형을 사거리 3,356.7km로 발사해 1,065초간 비행한 후 괌도 주변 30∼40km 공해에 탄착시킬 것이라고 위협했다. 실제로 북한은 그해 9월 16일의 화성-12형 6차 발사를 감행해 비행거리 3,700여km, 정점 고도 770여km를 구현했다. 이 같은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은 당시 집권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화염과 분노’ 발언을 촉발시켰고, 미국의 강경 대응 속에 북한은 핵 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유예하는 이른바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그러나 북한은 새해 들어 총 7차례나 여러 종류의 탄도·순항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강도를 다시 높이고 있고, 사실상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폐기 검토를 시사하는 발표를 해 다시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