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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사립대 年2000억 적자…"투자커녕 생존도 힘들다"

[7700억 흑자서 8년새 '고사위기' 내몰린 대학들]

148곳 중 107곳이 마이너스 운영

14년째 등록금 동결로 유지 급급

고등교육도 재정지원 확대 필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2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학 총장들과 신년 간담회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당수 지역 대학은 영양실조에 걸려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도 올해 건강진단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내년에는 여러 장기(臟器)가 망가져 있을 수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대학 총장들은 “고등교육이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와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투자를 대폭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정부의 고등교육 예산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대학들이 안정적 재원 확보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지원 확대를 요청한 것은 특단의 대책이 없을 경우 고등교육이 고사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대학들은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실질적인 투자 예산이 줄어들어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언감생심’이고 생존에 급급한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실제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지방대가 속출하고 있고 수도권 대학들도 재정난에서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다.

7일 서울경제가 한국사학진흥재단의 ‘대학재정알리미’를 통해 국내 4년제 사립대의 재정 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분석 대상 대학 148개교 중 교비회계 운영수지가 흑자인 곳은 41개에 불과하고 107개는 적자로 나타났다. 적자 대학 107개의 결손 규모는 4160억 원에 달했고 흑자 대학을 포함한 전체 148곳의 결손액은 19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운영수지는 운영 수익(등록금·수강료 수입, 전입·기부 수입, 교육 부대 수입, 교육 외 수입)에서 운영 비용(보수, 관리·운영비, 연구학생 경비, 교육 외 비용, 전출금)을 뺀 것으로, 적자는 수입으로 지출을 감당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과 달리 대학이 흑자를 내는 것을 높이 평가할 일은 아니지만 주요 수입원으로 지출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사항이다.

문제는 대학들의 재정난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총 141개의 사립대 중 운영수지 흑자 대학은 97개, 적자 대학은 44개였다. 당시 분석 대상 141개교의 운영수지는 7700억 원 흑자였다. 8년 만에 사립대 운영수지가 1조 원 가까이 악화한 것이다.

이 같은 대학 재정난을 극복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고등교육세 신설 방안이 오래전부터 제기됐으나 높은 재정 칸막이 등으로 인해 표류 중이다. 교육계에서는 교육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편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고등교육 투자 확대를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현청 한양대 석좌교수는 “수도권·지방 간 격차는 마이크로한 문제이고 지금은 한국 대학 전체의 위기”라면서 “초·중등 교육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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