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상황으로 더 취약해진 노숙인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보건복지부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9일 노숙인 의료 접근권을 강화하기 위해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 제도를 폐지하고 의료급여 신청이 제한되지 않도록 관련 지침을 보완할 것을 복지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노숙인이 보편적 의료 서비스를 받기엔 부족한 실정이라고 판단했다. 현행 노숙인 진료시설 지정 제도에 따르면 일시보호시설이나 자활시설에 거주하는 노숙인은 지정된 노숙인 진료시설을 이용해야만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기준 노숙인 지정 진료시설은 286곳에 불과하고 그나마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거나 진료과목이 한정돼 있다.
아울러 인권위는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이나 자활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도 노숙인이 의료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노숙인 등의 복지사업 안내' 등을 통해 보완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노숙인이 의료급여 적용대상이 되기 위해선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이나 자활시설에 지속해 3개월 이상 거주한 사실이 확인돼야 하고, 관할 시설장이 노숙인에게 신청서를 받아 지자체에 보내야 한다. 하지만 17개 광역시·도 중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이 없는 지자체는 13곳, 노숙인 자활시설이 없는 지자체는 4곳이며 둘 다 없는 지자체도 4곳이나 됐다. 인권위는 이들 지역의 노숙인은 의료급여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의료급여 신청 자체가 어려워 의료급여 서비스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인권위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노숙인 진료시설로 지정된 대부분의 공공병원이 감염병 전담 병원이 되면서 노숙인들이 코로나19가 아닌 질병에 대해 적절한 진료와 처치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건강권은 모든 사람이 존엄한 삶을 영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본적 권리"라며 "이번 권고를 통해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도 노숙인의 건강권이 위협받지 않도록 더 세심한 정책적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