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을 받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는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출범 초기부터 막무가내로 민감한 사건들을 입건했다가 줄줄이 검찰에 사건을 넘기는 등 ‘용두사미’로 끝나는 수사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막무가내 입건 뒤 불기소·이첩이 반복되면서 공수처에 대한 불신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9일 윤 후보와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지난해 6월 공제 8호 사건 번호를 달아 수사에 착수한 지 10개월여 만이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대검찰청 지휘부가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당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수사하던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을 수사권이 없는 인권부로 재배당해 수사를 방해했다는 의혹이 골자다.
공수처는 “감찰 업무의 독립성을 고려하더라도 윤 후보가 총장으로서의 직권을 남용해 대검 감찰부장의 감찰에 관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원 사건의 담당 부서를 지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검찰총장의 권한이라는 얘기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열린 대검 부장회의에서 사건의 단초가 되는 한 전 총리 모해위증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론’이 내려진 점이 판단 근거로 작용했다.
떠들썩했던 시작과 달리 사건이 싱겁게 마무리되면서 공수처의 수사력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공수처는 2020년 12월 진보 성향의 시민 단체가 윤 전 총장 등을 관련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지난해 6월 입건한 뒤 같은 해 9월 임 담당관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10월에는 조 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각각 소환 조사했다. 하지만 끝내 윤 후보는 소환하지 못한 채 “혐의가 없다”는 취지의 진술서로 갈음했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입건 뒤 시간만 끌다 사건을 검찰로 넘기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의도적인 지연’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공수처는 윤 후보의 각종 의혹을 담은 ‘X파일’ 관련 고발 사건을 지난 4일 약 7개월 만에 검찰로 이첩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 시절 장모 사건 대응 문건을 불법적으로 작성했다는 의혹 수사도 정식 입건하지 않고 검토하다가 같은 날 검찰에 이첩했다.
이날 윤 후보 변호인은 “검찰총장 및 대검 내부의 정당한 지휘권 행사를 직권남용이라고 무리하게 주장하면서 고발한 사건을 불필요할 정도로 장기간 수사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반면 임 담당관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변호사들과 상의해 조만간 재정 신청할 계획”이라면서 “공익신고를 했고 재정 신청을 염두에 두고 얼마 전 고발장도 제출했다”고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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