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1998년, IMF로 힘든 시기를 겪은 청춘들을 바라보면서 오늘날의 나를 위로하길 바란다는 메시지와 함께다. 청춘의 얼굴인 김태리, 남주혁이 만들 케미와 아련함이 추억을 상기시킬 수 있을지 기대된다.
9일 오후 tvN 새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연출 정지현)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정지현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태리, 남주혁, 우주소녀 보나, 최현욱, 이주명이 함께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8년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다. 스물둘과 열여덟, 처음으로 서로의 이름을 불렀던 두 사람이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돼 사랑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힘든 고민을 함께하는 다섯 청춘들의 케미가 순수하고 치열했던 청춘의 기억을 되새기게 만들 예정이다.
정 감독은 "청춘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사건들이 IMF라는 시대적 상황과 맞닿아 있다. 인물의 성장통이 무게감 있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기존 청춘 드라마들과의 차별점"이라며 "90년대 말은 굉장히 격변하는 시기였는데, 어떻게 보면 코로나 시국인 지금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더라. 그 시대를 겪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소개했다.
1998년의 시대상을 영상으로 구현하기 위해 고증에도 힘썼다. 정 감독은 "스타일링과 장소 선택에 신경 썼다. 자료조사를 하고, 레퍼런스 사진을 봤는데 지금과 크게 차이가 없더라"며 "건물, 신호등 등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비슷하면서 아주 조금씩 달랐는데, 다른 걸 강조하는 게 힘들었다. 연출하는 입장에서 '차라리 사극이나 옛날 시대극을 찍는 게 마음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작품은 김태리, 남주혁 등 핫한 배우들의 출연으로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정 감독은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 우리 드라마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을 어떤 작가나 감독이 거부할 수 있을까"라며 "이들이 대본을 토대로 준비해 온 해석과 감성들이 좋았다. 그 시절을 겪은 건 난데, 오히려 이 친구들에게 아이디어를 얻을 정도로 큰 도움을 받으면서 촬영했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보나, 최현욱, 이주명은 오디션을 통해 뽑은 배우들이다. 오디션에서 권 작가와 내가 동시에 마음에 들어 캐스팅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태리와 남주혁은 서로의 캐스팅을 들었을 당시를 떠올렸다. 남주혁은 "감독님이 '김태리와 촬영한 적이 있냐'고 물어서 '없다'고 답했다. 알고 보니 몇 년 전에 광고 두 편을 같이 찍었더라"며 "서로 모르고 있었는데, 불현듯 떠올라서 알게 됐다. 당황스러우면서도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김태리는 "둘 다 기억을 못 한 게 재밌었다"고 미소를 보였다.
김태리는 IMF로 팀이 없어졌지만 포기를 모르는 당찬 고등학교 펜싱 꿈나무 나희도 역을 맡았다. 그는 "나희도는 당당한 매력이 있는데, 그 당당함은 자신에게 확신이 있기에 가능했다. 일에 대한 확신,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매력적이었다"며 "또 나희도는 슬플 때 슬퍼하고, 기쁠 때 진짜 기뻐한다. 모든 면에서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들이 나와 닮은 것 같기도 하다"고 닮은점을 꼽았다.
김태리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 '미스터 션샤인' 이후 3년 반 만에 드라마로 복귀하게 됐다. 그는 "대본을 읽으면서 재밌었다. 요즘 장르물이 많은데, 그런 것 사이에서 설레고 행복한 대본이었다"며 "밝고 에너지 넘치는 나희도는 내가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캐릭터라 더 끌렸다"고 알렸다. 특히 '미스터 션샤인'에서 호흡을 맞춘 정 감독과의 재회로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김태리는 "정 감독님에 대해서는 정말 좋은 기억만 갖고 있었는데, 다시 만나게 돼 정말 좋았다. 감독님은 정말 솔직하신 분이라 신뢰가 더 많이 갔다"며 "잘 모르는 부분은 함께 얘기하고 소통하면서 풀어갈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칭한했다.
관련기사
IMF로 풍비박산 나버린 집안의 장남으로 억척스럽게 살아가다 기자가 된 백이진을 연기한 남주혁은 "백이진이 어느 한 부분에 갇혀 있지 않고, 다양한 색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시대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일단 대본에 충실했다. 내가 그 상황을 겪어보지 못했지만, 감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 경험을 끌어다 썼다"며 "자료도 많이 찾아봤는데, 현장에 가면 내 멋대로 하게 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보나는 열여덟 동갑 나희도와 라이벌이 되는 펜싱 국가대표 고유림으로 분한다. 그는 "고유림은 다채로운 캐릭터다. 각 친구들을 만날 때, 가족을 만날 때가 다 다르다"며 "처음에는 캐릭터 잡는 데 고민이 많았는데, 작가님,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고유림을 찾아가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최현욱은 싸이월드 투멤(투데이 멤버)남을 목표로 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시절 인플루언서인 문지웅 역이다. 최현욱은 "태어나기 전이라 그 시대를 살아보지 못했는데, 문지웅이 트렌드에 민감한 만큼 당시 유행을 많이 찾아봤다"며 "액세서리까지 신경을 썼는데, 결국 패션은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자신감을 키우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교 1등이자 반장이지만, 가슴속엔 반항심으로 가득 찬 잔다르크 지승완을 연기한 이주명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지승완은 무뚝뚝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대본을 읽을수록 누구보다 감정에 솔직한 친구라 매력을 느꼈다"며 "지승완이 방송부에 라디오 DJ라서 옛날 라디오 음성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펜싱 선수부터 기자까지 다양한 직업군도 작품을 즐기는 재미 요소다. 김태리는 펜싱 도전해 촬영 전 5~6개월 정도 금메달리스트 선생님께 레슨을 받았다고. 그는 "펜싱을 하면서 '정말 재밌는데, 사람을 비참하게 하는 운동이구나'를 느꼈다"며 "진심을 다해 하다 보니 펜싱 때문에 울고 웃게 되더라. 보나와 함께 같은 선생님 밑에서 레슨을 받았는데, 내가 계속 져서 분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 펜싱을 매일 하면서 나희도처럼 일지를 썼는데, 내가 쓴 일지가 실제 나희도의 다이어리에 소품으로 사용됐다"고 뿌듯함을 표했다. 보나는 "김태리와 3개월 정도 매일 아침에 만나 훈련했다. 둘 다 승부욕이 세서 누구 하나가 지면 다음에 다시 경기 약속을 잡곤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남주혁은 "스포츠 기자를 만나면서 스포츠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많은 얘기를 들었다. '운동에 관한 메시지를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그럴수록 더 많이 소통했다"며 "리포팅 하는 장면들도 계속 맞는지 체크하면서 촬영했다"고 말했다.
출연진 드라마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정 감독은 "좋은 대사를 배우들이 진심을 다해 표현해 줬다. 오래된 친구들과 옛날이야기를 하면 추억이 되고 들뜨기 마련"이라며 "우리 드라마를 통해 들뜸을 느꼈으면 좋겠다. 또 우리 드라마를 보면서 지난날을 추억하고 지금의 나를 따뜻하게 위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반짝반짝 빛나는 작품인데 주목해야 할 건 지나갔다는 것"이라며 "'영원한 것은 없지만 그 순간은 너무나 빛나는 순간이었다'는 아련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주혁은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드라마이자 다가오는 봄처럼 화창한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한편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오는 12일 첫 방송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unshin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