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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꿈 키우는 몽골학생 보며 보람 느껴요"

◆'이주노동자 자녀 학교 설립' 유해근 재한몽골학교 이사장

해외에 설립된 몽골인 교육 학교는 세계 처음

1999년 8명 학생 교육 시작으로 인연 맺어

23년간 교육과 학교 건물 건축 스트레스에 시력 잃어

"다시 태어나도 이주자 자녀 교육권 지킬 것"

지난 해 재학생 300명의 초중고 외국인 학교로 성장

유해근 재한몽골학교 이사장이 지난 2000년에 열린 초중고 합동 졸업식에서 학생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재한몽골학교




“이국땅에서 자신의 꿈을 키워 가는 학생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낍니다.”

유해근 재한몽골학교 이사장은 1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학교 운영과 교사 신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두 눈의 시력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세상에 태어나서 해외 이주자 자녀의 교육권을 지켜준 일은 다시 태어나도 꼭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한국에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몽골 학생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한 공로를 인정받아 포스코 청암상 교육상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 이사장이 서울 광장동에 재한몽골학교 설립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지난 1996년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 급식을 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 이사장은 급식소를 찾은 어른들 틈에서 몽골 어린이를 만났다.

유 이사장은 “외국인 노동자 대부분은 혼자 한국에 입국해 돈을 번 뒤 고국에 송금하지만 몽골인들은 유목민의 특성상 가족이 함께 한국에 들어온다”면서 “하지만 이들은 한국 학교에서 정규교육을 받을 수 없어 부모가 일을 하는 동안에 방치돼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유 이사장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곧 바로 8명의 몽골 학생을 모아 공부방처럼 교육을 시작했다. 1999년 8월 8명의 학생 교육을 시작으로 설립된 재한몽골학교는 지난해 말 재학생 300명의 명실상부한 초중고 외국인 학교로 성장했다. 교육 공간도 건물 지하에서 단독주택으로, 이후에는 단독주택 부지에 3층 건물을 건축했다. 또 서울시가 2014년에 학교 부지를 제공하면서 지하 1층~지상 3층의 학교를 다시 건축했다. 재정적 지원이 전무한 가운데 학교 건물을 지으면서 겪은 스트레스는 온전히 그의 몫으로 돌아왔다. 결국 이 같은 스트레스로 인해 급기야 그의 눈은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유 이사장은 “3,000㎡(900평) 부지에 학교를 지어야 하는데 재정 지원 없이 주변 도움으로 건물을 완공했다”면서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고 보람이었다.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몽골학교를 설립하고 아이들을 가르친 것이다. 내 삶의 전부로 남았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아이들의 교육을 책임지게 된 배경’에 대한 질문에 “교육은 인간을 바꾸는 제일 좋은 통로다. 공부를 시킨다는 것, 아이의 미래를 열어 준다는 것만큼 소중한 일은 없다”며 “아이들이 성장해서 미래의 일꾼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외국인 학교 인허가 업무도 가시밭길이었다. 학생들의 지속적인 교육을 위해 학력 인정이 필요했지만 몽골 정부는 물론 한국 교육청도 냉담했다. 그는 서울시교육청을 2년여간 설득한 끝에 학교 인가를 받았다. 다음 해에는 몽골 교육부에서 학교로 인가를 얻었다.



학교 운영 면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학부모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이주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만큼 교육비를 많이 받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 몽골 정부의 지원도 없었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년간 뜻있는 개인과 교회, 기업, 단체 후원, 봉사,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학교를 키워 왔다”면서 “운영비 마련을 위해 커피 원두 유통, 떡볶이와 만두 판매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설립 20년을 넘긴 재한몽골학교는 몽골의 현직 교사 16명을 학교 비자로 초청해 학생들에게 몽골 교육부의 지침에 맞춰 몽골 교육을 실시한다. 또 10여 명의 한국인 강사를 통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도 가르치고 있다. 유 이사장은 “국내의 많은 외국인학교는 자국민 보호를 위해 자국에서 세운 반면 재한몽골학교는 한국인들이 이주 노동자 자녀를 위해 세운 학교”라면서 “한국인 교사들은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면서 희생과 헌신의 개념으로 돕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 이사장은 2007년 4월 지자체로부터 몽골인 미취학 자녀를 위한 어린이집도 인가를 받아 운영 중이다. 사회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일반 어린이집에 들어갈 수 없는 아동을 위한 결정이었다. 2010년에는 24시간 보육 시설로 지정받아 이주 노동자들이 아이의 돌봄을 걱정하지 않고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주몽골 한국 대사관과 몽골 재무부 등에서 근무하는 등 몽골 사회에서 제 꿈을 펼치고 있다”면서 “또 몽골 대통령 영부인 등 주요 인사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학교를 찾는 만큼 학교는 양국을 이어주는 가교로서 외교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해근 재한몽골학교 이사장이 지난 2000년 학생회 간부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재한몽골학교


재한몽골학교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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