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위험군 확진자 관리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방역 체계를 전환하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신속항원 검사 선시행 후 양성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 시행’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PCR 검사 건수가 대폭 줄었는데 숨은 감염자를 사실상 느슨하게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전자출입명부나 방역패스는 계속 유지해 시민들의 생활에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균형(밸런스)이 무너진 정부의 방역 대책이 제대로 된 방역 효과도 거두지 못하면서 시민의 불편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전날 0시 기준 전국 선별진료소 등에서 시행한 PCR 검사 건수는 44만 741건이다. 1주일 전인 지난 3일 71만 5921건에 비해 27만 5180건이나 감소한 것이다. 최근 1주(4~10일)간 검사 건수는 하루에 28만~71만 건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PCR 검사 역량이 85만 건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못 미치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지난 3일부터 새 검사 체계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밀접 접촉자 등 역학적 관련자나 60대 이상 등 고위험군이 우선적으로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이 외 일반 국민은 신속항원 검사를 먼저 받고 양성이어야 PCR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검사 역량까지 PCR 검사를 진행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며 숨은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따는 것이다. 신속항원 검사는 PCR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낮기 때문에 음성을 받았지만 실제로 감염된 경우가 존재 한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지난 달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의료인이 시행해도 50% 미만, 자가 검사로 시행하면 20% 미만”이라며 “성능이 우수하지 못한 자가항원검사가 아닌 PCR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지난 9일 확진 판정을 받은 A(31) 씨는 “밀접접촉자이고 증상이 있었는데 통보문자가 오지 않아 PCR 검사를 바로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속항원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지만 병원을 방문해서 실시한 PCR 검사에서는 양성 판정을 받았다”며 “신속항원 검사 결과만 믿고 고향을 방문했으면 부모님께도 전파했을 상황이라서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충분한 검토 없이 PCR 검사 우선 대상자를 정해 국민의 불편을 일으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우선 검사대상에서 제외된 환자 간병인과 보호자들은 병원에 의무적으로 PCR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되기 때문에 1회당 10만 원 안팎의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검사를 받아야 했다. 정부는 일주일이 넘어서야 입원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와 간병인의 코로나19 PCR 검사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 검사 방법·시기 등의 내용을 포함한 ‘보호자·간병인에 대한 감염 관리 가이드라인’은 오는 17일에야 확정된다.
오미크론 대응 체계와 정반대 방향인 QR코드를 포함한 출입명부와 방역패스는 이어지고 있어 불만은 커지고 있다. 감염자 일괄 추적과 격리 작업은 사실상 중단돼 확진자와 감염 의심자의 활동을 제재할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방역패스는 접종을 확인하는 것 이외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B(32) 씨는 “어차피 동선 추적도 안하고 확진자와 밥 먹어도 검사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QR코드를 찍을 때마다 불편하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방역패스가 유명무실한 상황으로 방역조치 일관성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며 “정부의 오락가락한 방침을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이날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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