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대선 공식 선거운동 첫 날인 15일 호남을 찾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사법 개혁 공약’을 겨냥해 “우리가 어렵게 이룬 민주주의가 검찰 왕국으로 되돌아가는 위험 앞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성명을 내고 “윤 후보의 보복 정치 구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광주 5·18 민주광장을 찾아 “망치는 온 세상이 못으로 보이는 법이다. 검사 눈에는 온 세상이 무엇으로 보이겠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80년 5월 검찰의 총에 우리 형제들이 쓰러진 지 7년 뒤에야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 직선제 개헌이 이뤄졌다”며 “그 덕에 우리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이라는 걸출한 대통령을 가질 수 있었고 마침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세계 16번째, 아시아 최고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고 외쳤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 검찰 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며 “그런데 야당 대선 후보는 검찰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총괄선대위원장은 “(윤 후보의 공약은) 시민사회가 요구한지 25년만에 겨우 완성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같은 모든 것을 지우고 다시 과거의 검찰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처한 민주주의 후퇴의 위기, 검찰 폭주의 위기를 광주 시민과 전남 도민이 앞장서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도 윤 후보의 공약을 문제 삼았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후보의 공약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폐지하고 독립적인 예산편성권은 가져가겠다는 것”이라며 “기어코 검찰 제국을 만들겠다는 심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검찰을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마저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에 도무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이 아니라 ‘검찰의 힘’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목표가 복수가 되고 검찰이 그 수단이 돼서는 안된다”며 “공약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윤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도 문제 삼았다. 윤 후보는 지난 9일 공개된 한 언론(중앙일보)과의 인터뷰에서 “당선된 뒤 적폐 청산 수사를 하느냐”는 질문에 “해야죠, (수사가) 돼야죠”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이를 ‘정권 보복 선언’으로 규정하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범죄 사실이 드러나기 전에 수사부터 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라며 “타겟을 정하고 수사를 끼워맞추는 전형적인 ‘기획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윤 후보는 지난 연말에도 ‘임기 5년의 대통령이 겁도 없이 검찰을 건드렸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미 기획수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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