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아홉, 앞자리가 바뀌기 직전 불안함과 애매함이 마음을 짓누르는 기분이 들 게 만드는 나이다. '서른, 아홉'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기로에 선 서른아홉 살의 세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성숙에 대해 이야기한다. "대본을 보자마자 공감됐다"는 배우들처럼 시청자들도 작품에 공감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16일 오후 JTBC 새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극본 유영아/연출 김상호)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자리에는 김상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 연우진, 이무생, 이태환이 함께했다.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는다.
김 감독은 유 작가의 말을 빌려 서른아홉이라는 나이를 소재로 삼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서른아홉은 불혹을 앞둔 긴장감 가득한 나이"라며 "마흔이 되기 전인데, 무언갈 이뤘다고 하기엔 이르고 다시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은 애매하고 긴장 가득한 나이다. 그런 불안정한 시기를 지내는 세 친구가 큰 사건으로 변곡점을 맞이하면서 어떻게 헤쳐나가는지 그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최근 세 여자의 우정을 다루는 작품이 다수 방송됐다. '서른, 아홉'은 인간의 감정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김 감독은 "세 여성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세 인간의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연출에 집중했다. 더 진정성 있는 작품이 탄생할 것"이라고 차별점을 꼽았다.
손예진은 남부러울 것 없이 사랑을 받고 자란 피부과 원장 차미조 역을 맡았다. 그는 "대본이 정말 재밌어서 순식간에 읽었다. 지금 나이가 아니면 이런 작품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며 "또 차미조 캐릭터가 엄청 곰감이 됐다. '작가님이 내 집에 CCTV를 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와 비슷해서 쉽지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연기 선생님 정찬영으로 분한 전미도는 전작인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캐릭터와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그는 "대본에 정찬영이라는 인물이 전작의 캐릭터와 정반대로 쓰여 있었다. 굳이 다르게 연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그냥 열심히 표현하면 보시는 분들도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전작에서 의사였다면, 지금은 환자"라고 소개했다.
김지현은 아직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장주희를 연기한다. 김지현 역시 전작인 JTBC '공작도시'에서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한 것과 다르게 변신하게 된다. 그는 "'공작도시'와 '서른, 아홉'의 촬영이 조금 겹쳤다. 그럼에도 두 캐릭터가 너무 달라서 굳이 다르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괜찮았다"며 "대본 자체가 뭘 하지 않아도, 대사나 관계가 재밌게 표현됐다. 장주희가 엉뚱해서 친구들 사이에서 튈까 봐 걱정한 게 전부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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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조를 사랑하는 피부과 의사 김선우 역을 맡은 연우진은 실제 39세라고. 그는 "대본을 보면서 많이 울고 웃고 공감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이나 배우가 될까 고민했는데, 현장에서 좋은 감독님과 동료들을 만난 게 답이었다"고 했다. 과거 찬영과 결혼하고 싶었지만, 집안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결국 이별하게 된 김진석으로 분한다. 그는 "김진석으로 어떻게 하면 이 작품에 진실되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했다"고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표했다.
세 여자의 서사와 감정선이 작품의 주를 이루는 만큼, 손예진, 전미도, 김지현의 호흡이 중요했다. 손예진은 "우리는 특별히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 이미 연기 잘 하는 배우라는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맞추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더라"며 "전미도는 정말 귀여워서 깨물어 주고 싶었고, 김지현은 알수록 속이 깊었다. 서로에게 스며들어서 나중에는 많이 친해졌다"고 알렸다. 전미도는 "김지현과 나는 10년 넘게 친구였다. 그리고 우리 모두 손예진의 팬이었다"며 "아무래도 경험이 많이 없다 보니 부족한 면이 많았는데, 손예진이 이끌어 주더라. 더 빨리 친해진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김지현은 "손예진과 같이 연기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아름답고 재밌는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각 커플의 로맨스 호흡도 작품의 관전 포인트라고. 연우진은 "김선우의 마음이 로맨틱한데, 표현은 투박하다. 차미조의 마음을 달래고자 각종 이벤트와 사랑을 표현하는데 순수하다고 생각했다"며 "개인적으로 나는 그렇지 못한 편이라 김선우의 삶을 반만 닮아보자는 마음이다. 이번 드라마에서 차미조에게 했던 이벤트를 나중에 개인적으로 쓰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김선우가 정말 로맨틱해서 만족스럽다"고 뿌듯해했다.
전미도는 "정찬영과 김진석은 사연이 있다. 그게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원망스럽기도 해서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다"며 "이 관계가 어떻게 발전되고 마무리될지, 정찬영에게 시간이 제한돼 있는데 그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지현은 "장주희는 모태솔로다. 게다가 박현준이 연하인 만큼, 아주 순한 맛의 로맨스가 될 것"이라며 "굉장히 건강한 관곈데, 조심스러운 로맨스"라고 예고했다.
배우들은 각자 서른아홉의 의미를 전했다. 이태환은 "내가 서른아홉이 되기까지 11년이 남았다. 11년 후에 선배님들과 '마흔, 아홉'이라는 작품을 찍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무생은 "내가 서른아홉이었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은 어른이 되고, 선택에 흔들리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서른아홉이 지난 지금도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흔들릴 텐데, 요즘에는 마음가짐을 잡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지현은 "'서른, 아홉'에 처음 캐스팅됐을 때가 만으로 39세였다. 서른아홉에 이 작품을 만나서 채워진 것"이라고 했다. 전미도는 "내가 서른아홉에 오디션에 도전해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찍었다. 그 결과 '서른, 아홉'을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사람들이 항상 아홉수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나는 20대에 배우가 됐을 때 서른 이후 마흔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어느덧 마흔이 넘었는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었다고 성숙한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서른, 아홉'은 16일 첫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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