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16일 약 25분간 회동했다. 안 후보가 지난 13일 공개적으로 단일화를 요구한 지 사흘 만이다. 윤 후보가 직접 안 후보를 만나면서 단일화 문제로 각을 세워온 양당의 기류도 묘하게 바뀌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8시 30분께 고(故) 손평오 국민의당 논산·계룡·금산 지역 선대위원장의 빈소가 마련된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안 후보와 대면했다.
국민의당은 선거 유세를 시작한 전날 유세 차량에서 일산화탄소가 유출돼 손 씨와 운전 기사 등 두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안 후보는 전날 밤 11시부터 새벽 2시 45분까지 빈소 두 곳을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고인을 추모했다. 이후 유세 일정을 전면 중단하고 이날 오후 5시부터 빈소를 지키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광주와 전주·청주에 이어 강원도 원주에서 유세를 한 뒤 불의의 사고를 당한 손 지역위원장의 빈소가 있는 천안을 찾았다.
오후 8시 30분께 도착한 윤 후보는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 빈소에 입장했다. 약 30분간 조문한 윤 후보는 “함께 대선 경쟁을 하고 있는 국민의당 안 후보님의 안타깝고 불행한 일에 대해 인간적인 면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힘은 못되더라도 마음의 위로라도 좀 드렸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와 독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예, 앉아서”라고 답했다. 다만 윤 후보는 불의의 사고로 인한 안 후보와의 만남과 관련해 정치적 해석을 하는 것을 경계했다. 윤 후보는 “혹시 여러분들께서 추측하시는 그런, 오늘 장소는 장소이니 만큼 다른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고 안 후보 사모님도 지금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상황에서 사모님의 빠른 쾌유를 빌고 왔다”고 말했다.
양당이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이날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만남 자체가 대선 국면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안 후보는 윤 후보와 달리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적으로 여론조사에 의한 국민 경선으로 단일화를 하자고 제안했다. 윤 후보는 이에 답을 하지 않았고 국민의힘은 안 후보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하며 단일화 논의가 진척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마주하면서 각을 세우고 있는 양당의 분위기가 변할 수 있는 기류가 형성됐다. 장지훈 국민의당 공보팀장도 이날 윤 후보의 조문에 대해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과 안철수 후보, 윤석열 후보가 한 테이블에 앉아 오픈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사망한 손 위원장의 발인일인 18일까지 빈소를 지킨다. 안 후보가 이후 선거운동을 재개해도 사전 투표일인 3월 4일까지는 약 2주만 남는다. 투표용지 인쇄일인 28일까지는 열흘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 이 때문에 양당의 단일화 논의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이날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장례식장에서 “손 위원장님과 기사님의 명복을 빈다”며 “선거운동을 함께하는 모든 운동원들이 동료고 시민이기 때문에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인사들의 추모도 잇따랐다.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이 빈소를 찾았고 이재명 후보도 이날 일정을 마친 뒤 오후 9시가 넘어 조문했다. 이 후보는 안 후보와 빈소에서 만난 뒤 취재진을 향해해 “미안하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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