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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고 포장하고…장애인 홀로서기 가르치죠"

[지적장애인 학교·거주시설 운영…한창섭 한길복지재단 이사장]

본인 소유 토지에 한길학교 설립

"선생님 된 졸업생…자립 선순환 뿌듯

나머지 가족엔 심리적 안정효과 커"

장애인 공동가정·거주시설도 운영

"요양원 설립해 全생애터전 만들고파"

한창섭 한길복지재단 이사장이 한길학교 재학생들과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적장애인을 위한 요양원까지 설립해 생애 주기별 자립 터전을 만드는 것을 마지막 소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창섭(75) 한길복지재단 이사장이 17일 진행한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적장애인을 위한 학교 교육과 취업 지원, 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까지 운영 중인 만큼 이들이 다시 사회에서 돌아올 준비를 해주고 싶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이사장은 지난 2008년 12월 경기도 안성에 장애인을 위한 안정적 복지 공간을 조성하고자 한길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자신이 소유한 토지에 국내 최초의 직업 중점 특수교육 기관인 한길학교(중고교)를 세웠다.

학교 설립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경제적 난관도 헤쳐나가야 했다. 한 이사장은 “2008년에 개인 소유의 토지를 팔아 학교 건축 비용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팔리지 않아 결국 은행 대출로 비용을 충당했다”며 “이자 부담에 못 이겨 노후를 위해 준비한 수익형 부동산을 처분해 은행 대출을 갚고 건설 비용에 사용했다”고 되돌아봤다. 한 이사장이 자신의 땅을 무상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 채납한 뒤 추가로 학교 건설에 사용한 금액만도 줄잡아 60억 원을 넘어선다. 현재 이 학교에는 8개 학급 54명의 학생이 공부 중이며 31명의 교직원들이 지원하고 있다. 학생 시간표의 절반 이상이 포장·조립, 제과·제빵, 바리스타, 농업과 공예 등 진로와 직업 교과로 구성·운영되는 국내 최초의 특수학교다.

그에게 한길학교 등 복지재단을 운영하면서 얻은 가장 큰 보람이 무엇인지 물었다. “어떤 아이는 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한길마을에서 선생님으로 근무 중입니다. 스스로 자립해 누군가를 또 돕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한길학교의 또 다른 장점으로 지적장애인 가족의 안정을 꼽았다. 그는 “아이가 학교에서 생활하고 취업하면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을 내는 어엿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는 것도 보람”이라면서 “특히 아이가 성실하게 학교 교육과 일을 하는 동안 가족들도 자유롭게 일터에 나갈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2009년에 개소한 장애인 공동생활 가정 ‘온정그룹홈’과 2015년에 설치 인가를 받은 지적장애인 거주 시설 ‘한길마을’ 등을 운영 중이다. 온정그룹홈은 지적장애인 4명이 입소해 사회복지사의 지원을 받으며 함께 생활하는 시설이다. 또 한길마을은 지적장애인을 위한 거주 시설이다.

한 이사장이 자신의 토지를 내놓고 건축비 등을 들여가면서 사회에 선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든든한 믿음 때문이었다. 한길이라는 재단 이름도 한 이사장의 성과 부인 이름 중의 ‘길’을 따서 만든 단어다. 그만큼 한 이사장의 노력 못지않게 부인의 내조도 큰 버팀목으로 작용했다. 4남매 역시 한 이사장에게 자발적으로 유산상속 포기 각서를 내밀면서 아버지의 선한 일을 응원했다. 한 이사장은 “제가 일궈놓은 재산이지만 마음 한편으로 가족이 반대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안 한 것도 아니다”라면서 “지적장애인을 위한 학교 설립 등을 가족들에게 이야기할 때 약속이나 한 듯이 박수로 응원해준 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고 되돌아봤다.

그의 마지막 목표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요양 시설 건립과 운영이다. 그는 “학교를 떠나 취업해서 사회생활을 하지만 언젠가는 생을 마감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주는 것으로 제 삶의 흔적을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지적장애인을 위한 요양병원 등을 지원할 수 있는 관련 법규가 제정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봉사를 마무리하는 게 꿈”이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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