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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의 신기루…'잡스'를 꿈꾼 한 여성의 10조 사기극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올 하반기 최종 판결 앞두고 있지만

제동 없이 기업가치 10조원의 사기가

실리콘밸리에 남긴 현재진행형 논의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는 서울경제신문 정혜진 특파원이 ‘Why not' 정신이 가득한 실리콘밸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단 한 방울의 혈액으로 260가지의 질병 검사를 가능하게 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주사 바늘에 대한 공포심에서 벗어나게 하고 인류의 질병 지도를 만들 것입니다.”

굵은 목소리로 원대한 포부를 이야기하다가 파란 눈동자로 뚫어져라 상대를 응시하는 모습에 누군가는 투자를 결심하고 또 누군가는 기존의 회사를 떠나 한 배를 탔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자신의 혈관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총 7억2400만 달러(약 86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받고 한때 90억 달러(약10조8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결국 사기 행각으로 법정에 선 엘리자베스 홈즈 테라노스 창업자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9월부터 세 달 간 사건 심리를 진행한 배심원단은 지난 1월 투자자에 대한 사기죄 4건에 대해서는 유죄, 환자에 대한 사기죄 4건은 무죄, 나머지 3건은 미결로 최종 평결을 냈습니다. 이제 홈즈 창업자의 형량은 올 하반기 재판부의 판단으로 최종 결정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형량이 내려진 뒤에도 실리콘밸리에서는 이 이름은 잊혀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업의 비전이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을 비롯해 저명한 인사들이 투자를 결정하고 회사의 이사진으로 참여하면서도 아무도 제동을 걸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두고 여전히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4년 포브스 특별판 표지 모델로 등장한 엘리자베스 홈즈가 테라노스의 기술을 상징하는 혈액 한 방울을 들고 있다. /포브스 표지 갈무리


홈즈 창업자는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굉장히 잘 활용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지녔습니다. 늘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고 자신의 소명에 대한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은 스티브 잡스 사후 그를 그리워하던 이들에게 주목됐습니다. 또 제2의 스티브 잡스를 찾던 미디어에서는 그를 앞다투어 소개하는 계기가 됩니다. 당시에도 아이디어만 있었을 구체화된 기술은 없었던 스탠퍼드대 중퇴자 홈즈는 자신의 후광에 후광을 더해 사기 규모를 키워가게 됩니다.

평소 스티브 잡스를 닮은 경영자상을 추구했던 엘리자베스 홈즈의 루틴을 빼곡히 적은 메모


2008년 3월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제품을 갖고 매출 전망을 부풀리고 있다는 내부 고발에 이사회에서 홈즈 CEO를 해임할 결정을 내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해임 사실을 통지 받는 자리에서 두 시간 만에 홈즈는 뛰어난 설득력으로 순식간에 내부 공기를 바꿔 놓습니다. 해임 결정은 무효화되고 내부 고발을 한 직원도 해임되고 더욱 강력한 독주 체제가 만들어집니다. 당시에는 투자 펀딩 규모가 5500만 달러 수준이었을 때였습니다.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테라노스가 총 투자 금액 받은 14분의 1수준이었을 때 제동의 기회가 있었던 겁니다. 엘리자베스 홈즈의 부상 요인과 사기가 재앙이 되기까지 바로 잡을 수 있었던 순간들을 영상을 통해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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