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영업시간 제한을 기존 오후 9시에서 10시로 연장하는 등 방역 조치를 일부 완화했다. 방역 당국은 지금처럼 신규 확진자가 매주 배로 늘어나는 ‘더블링’이 계속된다면 위중증 환자 수 역시 다음 달 초에는 최대 2500명까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역 완화는 정부가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한 조치일 것”이라면서도 “국민들에게 방역 완화에 대한 시그널을 줘 방역 수칙 준수가 느슨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8일 식당·카페, 유흥시설 등의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까지로 1시간 더 연장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19일부터는 그동안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이 가능했던 유흥주점·단란주점, 클럽(나이트) 등이 포함된 1그룹과 식당·카페, 노래연습장, 목욕장업, 실내체육시설 등 4종이 속한 2그룹도 오후 10시까지 영업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은 6명으로 유지된다. 미접종자는 지금처럼 혼자서만 식당·카페를 이용할 수 있다.
역학조사 방식 변경에 따라 다중이용시설 입장 시에 사용했던 QR코드·안심콜·수기명부 등 출입 명부 운영은 잠정 중단된다. 확진자가 직접 동선과 접촉자를 써넣는 ‘자기 기입식’ 역학조사가 도입되고 밀접 접촉에 따른 격리자 역시 확진자의 가족을 중심으로 고위험군만 관리하도록 변경되면서다. 다만 접종 증명은 유지되는 만큼 식당·카페·노래방·목욕탕 등 방역패스가 적용되는 11종 시설에 들어갈 때는 전자증명서(QR코드)·종이증명서 등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는 고강도 거리 두기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거리 두기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유행은 오는 3월 초까지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기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제1통제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3월 2일 신규 확진자 수가 18만 명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 예측이 있는데 그날쯤 중환자 수는 1000명에서 2500명까지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행의 정점이 이달 말에서 3월 초에 올 것이라는 가정하에 2∼3주 간격으로 거리 두기 및 방역패스를 조정한다”며 “3월 13일 이전에라도 의료 체계 붕괴 등 위기 상황 발생이 우려되는 경우 강화 조치를 하고 도중이라도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전환되는 경우 평가를 거쳐 완화 조치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위중증 환자 2000명까지는 안정적으로 대응 가능하며 2500명까지도 감당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난달 말부터 200명대를 유지했던 위중증 환자 수는 서서히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지난 14일부터 닷새째 300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0%였던 전국 코로나19 중증 병상 가동률도 29.4%로 전날(28.5%)보다 0.9%포인트 상승했다. 입원 가능한 병상은 1872개 남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유행의 정점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방역 완화에 대해 시그널을 줘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치상으로만 보면 영업시간 제한을 1시간 늘린 것이지만 이미 방역 체계를 어느 정도 푼 상태에서 추가로 거리 두기를 완화한 것이라 방역에 대한 긴장감은 크게 떨어질 것”이라면서 “유행의 정점이 더 일찍 올 수 있고 피해 규모 역시 커질 수가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질병관리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 유행 상황에서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연장하면 확진자 규모가 2배(9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환자 관리 체계와 격리 지침 등이 풀린 상태에서 거리 두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는 지금도 하고 있지만 환자가 폭증세인 만큼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오미크론 유행 속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환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이보다는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충과 중환자 병실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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