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한주간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보내고 싶은 주말이다. 그런데 간수치(ALT)가 높으면 소량의 음주도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전문가들은 간수치가 높은 사람은 기저 질환이 없더라도 하루 소주 1~2잔 만으로 사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삼성서울병원은 소화기내과 곽금연·신동현 교수와 임상역학연구센터 조주희·강단비 교수 연구팀이 혈중 ALT 수치가 정상인 사람과 높은 사람 간 음주 정도에 따른 사망 위험을 비교한 결과, 간 질환이 있는 경우 소량의 음주도 사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국가 코호트(동일집단 연구)에서 2009년~2015년의 기간 동안 최소 1회 이상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 중 기저 간질환이 전혀 없었던 36만 7612명을 대상으로, ALT 수치 상승에 따라 음주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혈중 ALT(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는 간세포 안에 존재하는 효소다. 간이 손상되면 손상된 간세포로부터 ALT가 혈류로 방출되며 혈중 농도가 상승한다. 일반적으로 혈액검사상 ALT 수치가 0~40U/L일 때 정상 범위로 간주하고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남성의 경우 34 U/L, 여성 25 U/L 이상일 때 ALT 수치가 높은 집단으로 분류했다. 음주량은 미국간학회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음주 △가벼운 음주(여성 10g, 남성 20g 미만) △보통 음주(여성 10g 이상·40g 미만, 남성 20g 이상·60g 미만) △문제성 음주(여성 40g 이상, 남성 60g 이상)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ALT 수치가 정상인 그룹은 가벼운 음주자와 보통 음주자 모두 간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ALT 수치가 높은 그룹은 가벼운 음주자 및 보통 음주자가 비음주자 대비 각각 1.57배, 2.09배 간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았다.
간질환 외에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전반적인 사망률 또한 ALT 수치가 높은 그룹은 보통 수준의 음주만으로도 비음주자 대비 사망 위험이 약 31% 높았다.
곽금연 교수는 "기저 간질환이 없더라도 ALT가 높은 사람의 경우 소량의 음주, 즉 여성의 경우 하루 소주 1잔, 남성의 경우 소주 2잔 미만의 음주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간질환은 초기 증상이 없어 간이 손상된 사실을 알아채지 못하고 음주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혈중 ALT 수치는 황달과 같은 간손상의 명확한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변화가 나타난다. 간손상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는 저렴하고도 쉬운 방법으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비엠씨 메디슨(BMC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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