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한국 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총상금 1200만 달러)에서 우승한 호아킨 니만(24·칠레)은 특이한 스윙을 가진 선수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다.
처음 클럽을 뒤로 빼주는 테이크어웨이와 백스윙 톱, 방향 전환 단계까지는 평범한 스윙과 별반 다르지 않다. 남다른 부분은 다운스윙부터다. 상체를 앞으로 깊이 숙이면서 클럽을 끌어내리는데, 아래로 밀어준 척추는 임팩트와 폴로스루를 통과한 후까지 구부러져 있다. 거의 기역(ㄱ)자처럼 휘어진 니만의 옆구리는 몸에 무리가 따르지 않을까 걱정을 부를 정도다.
하지만 이상하다고 해서 나쁜 스윙이라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살린 맞춤형 스윙이다. 키 183㎝, 몸무게 70㎏의 호리호리한 체형으로 330야드 이상을 뿜어내는 이유다.
미국 교습가인 조너선 야우드는 다운스윙에서 머리와 몸통의 무게로 땅을 향해 눌러주면 반대 방향의 힘인 지면 반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몸통을 아래로 밀고 돌려 회전의 힘과 수직 힘인 지면 반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으로, 샷 거리를 늘리려는 아마추어 골퍼들에게도 유용한 움직임이다. 다만 옆구리를 엄청나게 굽힌 채 버티는 것은 유연한 니만이 오랫동안 반복해온 동작인 만큼 타이밍이 맞지 않을 때 방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니만은 자신만의 스윙으로 특급 대회 우승을 수확했다. 우상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가 주최자로 나선 올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는 세계 랭킹 톱10 선수들이 빠짐없이 출전했다.
니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드의 리비에라CC(파71)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9년 밀리터리 트리뷰트 앳 더 그린브라이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후 2년 7개월 만에 거둔 통산 2승째다. 우승을 확정한 뒤 18번 홀 그린 옆에서 기다리던 우즈의 축하를 받았고 시상식에도 나란히 섰다. 거액인 216만 달러(약 25억 7600만 원)의 우승 상금에다 3년간의 투어 출전권도 보장받게 됐다.
이번 대회에서 니만은 ‘핫’한 경기를 펼쳤다. 1·2라운드에서 연속으로 63타를 몰아친 그는 1926년 시작된 이 대회의 36홀 최소타(126타), 54홀 최소타(194타) 기록을 깼다. 이날 타수를 줄이지 못해 1985년 래니 왓킨스(미국)가 작성한 72홀 최소타 기록(20언더파 264타)에는 1타가 모자랐지만 나흘 내내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은 이뤘다. 이 대회 와이어 투 와이어는 흑인 최초의 PGA 투어 챔피언 찰리 시퍼드(미국)가 1969년에 달성한 후 53년 만이다.
2위 캐머런 영(미국)에 3타 앞선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니만은 전반에 보기 1개와 버디 1개로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11번 홀(파5) 그린 밖에서 친 칩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어 승기를 잡았다. 이후 14번(파3)과 15번 홀(파4) 연속 보기를 적어낸 그는 17번 홀(파5)에서 버디를 잡은 영에게 2타 차까지 쫓겼으나 남은 홀에서 파를 지켜 정상의 고지에 올랐다.
첫승 이후 두 번째 우승이 나오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다는 니만은 트로피를 받은 뒤 “내 몸에 에너지를 불어넣기 위해 필요했던 것”이라면서 “마침내 해냈기에 행복하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시절 세계 1위를 지냈던 그는 이날 우승으로 세계 랭킹 32위에서 20위로 올라섰다.
신인 영은 세계 2위 콜린 모리카와(미국)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세계 1위 욘 람(스페인)은 이날 6타를 줄여 공동 21위(7언더파)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