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한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중국을 전쟁을 막을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반미’ 기조 아래 급속도로 가까워졌지만 이해관계를 고려할 때 중러 간 틈도 여전히 존재한다며 역설적으로 현재 러시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중국밖에 없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 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제 침공하면 중국과의 관계도 소원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를 상대로 벼르고 있는 고강도 제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NYT는 “중국이 서방을 대신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의 대체 구매처로 나설 수 있지만 중국 국영 은행들이 실제 이행을 할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시진핑 주석이 국제 제재를 거스르면서까지 러시아를 지원할지는 의문이라는 얘기다. 가뜩이나 서방에 미운털이 박힌 중국이 또다시 적극적으로 러시아 편에 설 경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국에도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014년 탈(脫)러시아를 추진해 수출 다변화를 시작하며 중국을 주요 무역 파트너로 삼아왔다. 중국은 이에 화답해 우크라이나에 자국 중심의 인프라 확장 전략인 ‘일대일로’ 투자를 이어왔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사실을 지금까지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19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에서 “모든 나라의 주권과 독립은 보호돼야 한다”며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중립 입장을 편 것도 중국의 입장 변화를 감지하게 한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화해 촉진이 중국의 입장임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논평을 더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바이든 정부로 하여금 중국을 포섭할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중국을 구슬려 러시아를 막을 기회라는 얘기다. 빌 클린턴 정부 때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수전 셔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시진핑이 푸틴을 달래도록 하는 외교술이 필요하다”며 “이건 (미국과 러시아·중국이라는) 삼각 구도에서 외교적 ‘기초’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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