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지체하는 사이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향후 코로나19 위기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이 정점을 향해 치달으며 재택환자가 50만 명을 넘긴 지금이라도 서둘러 디지털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차 의료기관에서 감당하기 힘든 환자가 발생하거나 재택 치료 중 증상이 갑자기 악화한 환자가 나타났을 때도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박재현 성균관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23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심포지엄에서 “분당서울대병원은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안성병원 등 협력병원과 비대면 협진이 가능한 e-ICU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했다. 전원 여부 판단은 물론, 자동 중증도 분류도 가능해 디지털 헬스케어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된다”며 “디지털 헬스케어는 환자들이 병상을 찾아 떠돌지 않고 의료자원 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DHAF)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공동 주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은 ‘코로나19 팬데믹 환경에서 디지털 헬스케어가 가야할 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호성 디지털헬스케어연합포럼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인식이 전환점을 맞았다”며 “지금이라도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디지털 전환을 서둘러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기술(IT) 인프라 등을 잘 갖춰져 있지만 낮은 데이터 접근성과 정부 규제가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특별시 코로나19 지원단으로 활동 중인 박용남 자원봉사의는 자신의 경험을 전하며 디지털 헬스케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밤 10시경 산소포화도 수치가 76%여서 산소 마스크를 적용하도록 지시했다”며 “그런데 10분만에 38%까지 떨어지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공포를 느낀 지난 밤 원격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디지털 헬스케어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인간의 건강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모두 포괄하는 종합 의료서비스다. 단순히 비대면 진료나 모니터링에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객체인식 등의 기술을 접목할 경우 방역체계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
박용남 전문의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면 안내·문진 등에 소요되는 시간이 대폭 줄어든다”며 “종이 문진표에 수기 작성하는 방식은 선별진료소에서 장시간 대기하는 주요 원인이다. 감염 전파 우려도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왜 초기부터 선별진료 통합정보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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