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일침은 코로나19 장기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들과 직장인들을 위한 건강 상식을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으로 건강에 미처 신경 쓰지 못해 겪게 되는 근골격계 질환 정보와 치료, 예방법 등에 관해 한방 전문가들이 직접 생생한 의견을 전달합니다.
#회사 주변 구둣방에 들러 구두 굽을 교체하는 이 대리(33).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유난히 한쪽 구두 굽만 빨리 닳다 보니 새로 사기가 아까워 구둣방을 자주 찾곤 한다. 구둣방 주인으로부터 걸음에 이상이 있다는 뜻이라는 말을 듣고 검색해보니 골반이 틀어져 있다는 징후라고 언급되어 있었다. 치마가 유독 한 쪽으로만 돌아간 것도 자신의 이야기인 듯 싶다. 이 대리는 서둘러 가까운 병원을 찾아 걸음과 골반에 이상이 있는지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 골반이 틀어지고 다리 길이가 달라져 있다는 소견을 듣는다. 이를 방치하면 척추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조언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로 한다.
비단 이 대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당장 자신의 구두 굽으로 눈길을 돌려보자. 한쪽이 유난히 닳아 있다면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신호다. 이럴 때 구둣방을 가기보다는 먼저 병원을 찾아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이 대리와 같은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골반 불균형’을 겪고 있다. 골반 불균형은 평소 다리를 꼬고 앉거나 짝다리를 짚는 습관 때문에 발생한다. 골반이 틀어지면 다리 길이가 달라지고 걸을 때 한쪽으로 무게가 반복적으로 쏠리게 된다. 체중이 한쪽으로 치우치다보니 결과적으로 구두 굽이 다른 쪽보다 빨리 닳는 것이다. 골반 틀어짐은 엎드려 누워 엉덩이의 높이를 비교하는 방법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장시간 걸은 뒤 한쪽 다리만 더 잘 붓는 것 또한 골반 불균형의 증상이다.
문제는 골반 불균형을 방치하면 척추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골반은 척추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에 골반이 틀어지면 척추 균형도 덩달아 깨진다. 골반이 뒤틀린 환자들 중 바른 자세보다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를 편하게 느끼는 경우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골반 불균형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뒤에서 봤을 때 일자로 반듯해야 할 척추 배열이 C자형 혹은 S자형으로 휘는 척추측만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요통을 겪거나 보행이 힘들어지는 상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상신호가 느껴진다면 이 대리처럼 시간을 투자해 가까운 병원을 찾아 자신의 골반 및 허리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방에서는 골반 불균형을 치료할 때 추나요법이 활용된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손 또는 신체 일부를 이용해 비뚤어진 골반과 주변 근육 등을 밀고 당기는 수기요법이다. 적절한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서 골반 균형을 맞춰주면 관절과 근육이 정상 범위로 돌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통증의 원인인 불균형을 해소시킬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추나요법의 치료 효과를 환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특허장치를 개발해 최근 특허권을 획득했다. 환자가 엎드려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90도로 구부린 후 벌어지는 각도와 다리 길이를 추나요법 진료 전과 후에 촬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환자는 한의사로부터 추나요법의 효과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자생한방병원은 현재 실제 진료에 쓰일 수 있도록 개발된 장치의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머지않아 추나요법에 대한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면 환자들의 치료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골반 불균형은 언급한 척추측만증의 원인이 되고 골반 내부 장기 위치에도 악영향을 끼쳐 생리불순과 생리통 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여성에게는 치명적인 요소다. 가장 중요한 건 일상생활 속 자세다. 지금 다리를 꼬고 있다면 바른 자세로 앉아보자. 혹시 지하철에 서서 짝다리를 짚고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장 차렷 자세를 취하자./왕오호 목동자생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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