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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 레벨] '스물다섯 스물하나' 최현욱은 새로운 교복을 입는다



"자네, 슈퍼스타가 될 관상인가?"
때론 익숙함이 주는 즐거움 보다 날 것의 신선함이 끌리는 날이 있죠. 반짝하고 등장한 혜성이 내일의 태양이 되는 그 날까지! '넥스트 레벨'로 도약하는 신인 배우를 응원합니다.<편집자 주>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틸 / 사진=tvN




배우의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다양한 얼굴이다. 주어진 캐릭터에 꼭 맞게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얼굴로 대중 앞에 서는 배우가 매력적인 법이다. 같은 교복을 입고 있어도 매번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최현욱이 그렇다. 그는 캐릭터에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변화를 꾀할 줄 아는 영리한 배우다.

최현욱이 출연 중인 tvN 토일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극본 권도은/연출 정지현)에 출연하며 1998년, IMF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린다. 최현욱이 연기한 문지웅은 싸이월드에 울고 웃던, 그때 그 시절 인플루언서다. 태어날 때부터 함께 있었던 지승완(이주명), 전학 온 나희도(김태리)와 우정을 쌓고 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유림(보나)을 열렬히 짝사랑하며 풋풋한 학창 시절을 보낸다.

작품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는 톡톡 튀는 인물들의 관계성이 돋보인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문지웅이 있다. 문지웅은 각각 나희도, 지승완, 고유림과 다양한 서사를 형성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극이 부드럽게 흘러가도록 기름칠을 한다. 나희도와는 서로의 필요를 채워주는 귀여운 동맹 관계다. 사이가 안 좋은 나희도와 고유림을 다시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고유림과는 풋풋한 로맨스 기류를 만들면서 10대 사춘기 소년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운동할 때 냉랭한 기류를 풍기는 얼음공주 고유림이 문지웅 앞에만 서면 사랑스러운 소녀로 변화하기도. 태어날 때부터 옆에 있었던 죽마고우 이주명과는 진하고 편한 우정을 보여줘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로의 삶에 깊숙이 스며든 이들의 모습은 우정을 넘어 90년대 한국인의 진한 정까지 느끼게 만든다.



과하게 다가올 수 있는 느끼한 문지웅의 대사는 최현욱의 담백한 톤과 만나 적정의 밸런스를 이룬다. 극중 문지웅의 별명은 '7반 예쁜이'. 얼굴이 예뻐서가 아니라 하는 짓이 예뻐서다. 발목 부상을 당한 고유림이 무릎 꿇고 손을 드는 벌을 받자 문지웅은 선생님에게 "선생님 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고유림 선수가 발목 부상 때문에 꿇어앉는 자세는 조금의 무리가 간다는 데요. 선생님의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서 손들고 있으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부탁한다. 또 버스에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한 후 고유림의 짐을 부탁하며 "제 별명이 7반 예쁜이입니다. 그런 의미로 예쁜 짐 좀 맡아주시겠습니까"라고 말해 고유림을 미소 짓게 한다. 자칫 전개와 동떨어져 작품 전체의 몰입을 방해할 수도 있는 대사지만 최현욱은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로 느끼한 대사랑 사랑스러움으로 둔갑시켰다. 담담하면서 능구렁이 같은 연기 톤이 대사를 살린 셈.

고유림을 볼 때마다 고백하는 모습도 거부감이 들기는커녕 깜찍하다. 문지웅은 고유림에게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라고 하며 호감을 표시한다. "널 그 정도로 좋아하지 않아"라고 말한 후 "농담"이라고 하는 반전 고백도 고유림을 설레게 만든다. 볼 때마다 하는 고백은 자칫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지만 최현욱은 특유의 경쾌함으로 이를 상쇄시켰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톤에 진한 눈빛을 섞어 담백함과 진정성을 동시에 잡았다.

'라켓소년단' 최현욱 / 사진=골드메달리스트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전에는 '모범택시'와 '라켓소년단'이 있었다. 모든 작품에서 학생 역할을 맡았으나 결이 다른 연기를 보여준 그의 행보에 팬들의 관심이 쏠린 상황. '리얼:타임:러브' 시리즈, '만찢남녀' 등 웹드라마로 입지를 다진 그가 '모범택시'로 지상파에 진출했다. '모범택시'는 각 에피소드 별로 김도기(이제훈)가 빌런을 처치하는 내용인데, 최현욱은 학교 폭력 가해자인 박승태 역으로 분해 극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박승태의 악마 같은 미소는 '모범택시' 회차 중 강렬한 엔딩으로 꼽힐 정도다.

'모범택시'로 눈도장을 찍은 최현욱은 '라켓소년단'을 통해 본격 주연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중학생 배드민턴 선수 나우찬 역을 맡아 스포츠 드라마의 진수인 경기 장면을 훌륭히 소화했다. 올곧은 자세와 기술이 실제 선수를 방불케 한다는 평을 받은 최현욱. 고등학교 야구부 출신인 그의 운동 신경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슬럼프를 겪으면서 사춘기의 성장통을 표현한 감성 연기도 돋보였다. 갈수록 친구들과 실력의 격차를 느끼고 좌절하는 모습부터 부모님과의 갈등, 그리고 성장까지 일련의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최현욱의 다채로운 연기는 신인상 수상으로 입증됐다.

짧은 필모그래피 속에서도 변화를 보여준 최현욱. 과장되지 않은 표현법과 안정적인 톤이 무기인 그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풋풋한 청춘물 안에서도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 그가 새로운 장르를 만나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볼 만하다.

"마음을 움직이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제 연기를 보시고 같이 울거나 행복할 수 있었으면, 위로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올해는 신인연기상에 보답하는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현욱 / 사진=골드메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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