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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판 ‘우크라 침공’ 앞두고 골치아픈 애플, 구글, 메타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러시아 이달 말까지 못 박은 '상륙법' 시행

법인 설립 요구 그치지 않고 검열로 이어질 가능성

애플, 구글, 틱톡 이행 중… 메타는 부분 이행


2022년 혁신 기술은 탱크와 수많은 로켓과 미사일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무기(Answer)일 것입니다. 당신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대륙 나아가 전체 민주주의 국가들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주기를 원하고, 또 그렇게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애플의 서비스와 제품을 러시아에 공급하는 일을 멈춰주세요. 애플 앱스토어 운영도 중지해주기를 바랍니다.


25일(현지 시간)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냈습니다. 이어 애플이 아이폰·맥 등 애플 제품과 서비스를 러시아에 판매하지 않아야 러시아의 젊은 층과 상당수 인구가 러시아의 무자비한 군사적 폭력 행위를 막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도 호소했습니다. 애플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일부 제조업체의 경우 조 바이든 행정부의 러시아 제재 방침에 따라 러시아에 수출 중단 조치를 받았지만 애플 제품은 아직 해당 사항이 없습니다. 하지만 인도주의 등 가치를 우선시하는 빅테크로서는 무언가 대응을 보여줘야 하는 책임감을 느낀 사건입니다.

25일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 보낸 서한 /트위터 계정 갈무리




애플뿐만 아니라 구글, 넷플릭스, 메타 등도 러시아 내에서 서비스를 제한하거나 중지해달라는 요구를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받았습니다. 이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모회사인 메타는 러시아 국영 매체가 메타의 플랫폼을 통해 광고를 게재하고 이를 수익화하는 행위 일체를 막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애플, 구글 등 러시아에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들은 대외적으로는 전쟁에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데는 발목을 잡고 있는 골치아픈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이달 말까지 러시아 정부가 시한을 못 박은 소위 ‘상륙법(Landing Law) 이행 여부 때문입니다. 일부 인사들은 러시아에서 이 법을 시행한 의도가 플랫폼 검열과 빅테크 통제에 있다고 보고 있어 이를 ‘인질법(Hostage Law)'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상륙법은 인질법이다?


지난 해 11월 러시아 정부는 올 1월부터 일간 활성 이용자 수가 50만 명 이상인 외국 웹사이트나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경우 러시아 정부 내 법인(Legal Entity) 등록을 의무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러시아 정부는 테크 기업들이 물리적 실체를 러시아 내에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해 이 법을 고안했습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법인 등록을 의무화하도록 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인터넷 규제 당국인 로스콤나조르(Roskomnadzor)를 통해 러시아 정부 당국과 상시적으로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안을 구축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같은 통첩을 받은 곳은 애플, 구글 메타, 트위터, 틱톡, 핀터레스트, 텔레그램, 줌, 스포티파이 등 13개 기업입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4일 우크라이나 상황을 우려하며 트위터 계정에 쓴 글 /트위터 계정 갈무리



이 법은 중국처럼 러시아 정부가 인터넷 상 콘텐츠 검열에 나서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오랜 정적으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와 지근거리에서 일해온 온라인 검열 우회 소프트웨어 업체 솔라 랩스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드르 리트리브는 “러시아 정부는 러시아 내에 빅테크들의 대사관을 세우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는 (정부에 반하는) 정보를 통제하는 방법과 인터넷상에 정보가 어떻게 퍼지는지를 알고 싶어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러시아의 인터넷 검열 전문가 조안나 시만스카는 “이 법은 온라인에 남아있는 반대 목소리를 잠재우고 표현의 자유를 위협함으로써 광범위한 온라인 검열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 정부 제재 불보듯…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업들


이 법을 따를 경우 표현의 가치를 내세우는 회사 비전에 어긋나고 법을 따르지 않으면 제재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장 이달 말까지 이 법을 이행하지 않는 기업은 벌금뿐만 아니라 일부 서비스 운영에 제한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광고 매출을 가져가지 못하고 검색 엔진 운영, 데이터 수집, 결제 등에 있어서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 법에 명시돼 있다는 게 뉴욕타임즈(NYT) 분석입니다. 빅테크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데는 애플과 구글은 러시아에서 거의 100%에 달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은 러시아 시민들이 관영 매체와 다른 정보를 유일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도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텔레그램은 가장 이용자 비중이 높은 메시지 앱입니다.

로스콤나조르에 따르면 이미 애플, 틱톡, 스포티파이는 이 법의 요구사항을 실행했습니다. 구글 또한 현재 지시 사항을 이행 중이라고 합니다. 트위치, 텔레그램 등은 이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메타와 트위터는 일부 요구사항은 충족했지만 정부가 삭제를 요구하는 콘텐츠를 리뷰하는 시스템은 바꾸지 않는다고 언급했습니다. 준수 여부를 두고 각기 다른 고민을 하고 있지만 이 법을 준수하든 준수하지 않든 이제 진짜 러시아의 빅테크 통제 행보는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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