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마이클 멀린 전 미 합참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했다. 미국의 시선이 우크라이나에 돌려진 것을 틈타 중국이 대만에 기습적인 군사행동 등 공세 행보에 나서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대만과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미국이 유럽·아시아 ‘2개의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러시아와 연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1일 로이터통신은 멀린 전 합참의장, 메건 오설리번 전 국가안보부보좌관, 미셸 플러노이 전 국방부 차관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단이 이날 대만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2일 저녁까지 대만에 머물며 차이잉원 총통과 추궈정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대표단은 전직들로 구성됐다고 하지만 인사들의 면면이나 대만에서의 일정을 보면 사실상의 미 정부 공식 대표단으로 해석된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들 대표단의 방문과 관련해 “대만에 대한 미국의 초당적 공약의 중요한 신호이며 조 바이든 정부의 폭넓은 지원 약속이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은 평화적 수단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만의 미래를 결정하려는 모든 노력을 서태평양 평화·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마지막 국무장관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도 2∼5일 대만 방문을 예고한 상태다. 폼페이오 전 장관은 재임 시절 대중 강경론을 대표하면서 대만에 대한 지원을 크게 늘렸었다. 그의 이번 방문은 지난해 초 퇴임 이후 처음이다.
유럽이 한창 시끄러운 와중에 미국이 대만 외교에 공을 들이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다시 불거진 대만에 대한 중국의 침공 우려를 사전에 불식시키고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할 경우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견제구를 날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은 2월 28일 미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가 주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 기간을 포함에 동시에 두 곳의 전장에 깊이 관여한 경험이 있다”면서 “이번에도 미국이 인도태평양과 유럽이라는 두 곳의 전장에 동시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며 중국을 향해 노골적인 경고를 보냈다.
중국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도울 경우 미국의 제재를 받을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의 한 관리는 “중국이나 기타 국가가 우리 제재에 해당하는 활동에 연루되려 할 경우 그들 또한 우리의 제재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중국 금융기관이 러시아의 어려움을 해결해주거나 중국 기술 기업이 대러 제재를 우회하는지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고에도 중국은 러시아와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외견상 중립을 표방하고 있지만 러시아 상품 구매를 늘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러시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 국유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이 러시아에서 몽골을 가로질러 중국으로 연간 500억 ㎥의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 설계 계약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2월 초에도 러시아와 극동 지역에서 연간 100억 ㎥의 가스를 25년간 공급받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유럽 국가에 대한 비중을 줄여 서방 제재에서 운신의 폭을 넓혔다. 통신은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전쟁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중국이 보증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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