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나란히 서울에서 유세를 펼쳤습니다. 두 후보 모두 여론 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이달 3일 이전에 거대 표밭인 서울의 부동층을 공략해 지지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 후보는 민주화의 중심지인 명동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고 윤 후보는 신촌을 찾아 2030세대의 표심을 겨냥했습니다. 두 후보가 막판 유세지로 명동과 신촌을 선택한 것은 장소의 상징성을 중시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지금 같은 선거 판세에서 장소야말로 후보의 차별화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자신이 원하는 메시지를 담아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효과적인 장치일 것입니다. 일종의 장소의 정치인 셈입니다.
李, '역사의 거리' 명동 찾아 “승리의 큰 걸음 시작”
이 후보는 이날 명동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며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과 부동층의 유입을 겨냥했습니다. 명동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서 마지막 유세를 한 장소입니다. 이 후보는 “명동은 위기 극복과 경제 부흥, 그리고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곳”이라며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때 금 모으기가 시작된 곳”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서 유세하셨던 존경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반칙과 특권 없는 나라, 상식의 나라를 만들고 싶어 했다”며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이 후보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도 강조하며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명동 상가의 부흥도 약속했습니다. 그는 “당선 즉시 추경(추가경정예산)을 요청하거나, 취임 즉시 긴급재정명령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50조원 추가 예산을 반드시 확보하겠다”며 “권한이 생기는 즉시 경제 부스터샷으로 경제를 확실히 회복시켜 놓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총괄본부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텅 빈 명동 상점 거리에서 위기 극복 의지를 다진다는 의미로 장소를 잡았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이 후보는 수도권 민심 이탈의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공약도 내세웠습니다. 그는 “서울시민의 삶이 팍팍한 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부동산 문제, 집 문제로 너무 고생하신다. 우리의 부족함을 인정한다”고 거듭 사과했습니다. 특히 “청년세대들에게 특별히 죄송하다. ‘영끌’해서 집을 사야 하는 게 당연시되거나 정책 믿고 기다렸다가 벼락거지됐다고 자조하는 분들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부동산 문제는 이재명이 확실히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저는 시장을 존중해야 한다는 시장주의자”라며 “시장이 부족하다고 하면 공급을 늘리고 왜곡된 수요를 고쳐서 수요와 공급이 적절하게 만든 가격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는 당론 채택으로 채택했으나 윤 후보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정치개혁, 통합정부론을 다시 부각하며 서울 중도·부동층을 겨냥한 유세를 펼쳤습니다.
尹, '젊음의 거리' 신촌 찾아 “정권 교체” 호소
한편 윤 후보는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앞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만세’ 집중 유세에서 공정, 내로남불, 세대, 코로나19, 안보 등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키워드를 나열하며 전방위적인 대여 공세를 펼치고 정권교체론에 호소했습니다. 신촌은 연세대·이화여대·서강대·홍익대 등 대학이 모여있고 2030 세대 유권자가 많아 ‘젊음의 거리’로 꼽힙니다.
윤 후보는 "저는 정치에 발을 디딘 초기부터 지역을 통합하고, 진영을 통합하고, 오로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정신만 함께 한다면 모든 분들과 함께 가겠다고 했다"며 "이게 국민통합, 정치개혁 아닌가"라고 강조했습니다.
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선 "선거를 열흘 앞두고 정치개혁, 국민을 통합한다고 하는 것, 거짓말인 거 다 알지 않나"라며 "자기들 끼리끼리 공직을 나눠 먹고 업자들과 유착해 이권을 나눠 먹은 사람이 정권 잡으면 개과천선해서 국민통합하고 정치개혁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있나"라고 비판했습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안보관도 문제 삼았습니다. 그는 "(북한이) 새해 들어 핵 탑재 가능한 미사일 발사 실험 벌써 여덟 번이나 했는데, 민주당 정권은 도발이라는 말도 못한 벙어리 행세를 하지 않았나"라며 "이런 정권이 국민 생명, 안전을 지킬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유세 마이크를 잡고 "(윤 후보는) 민주화 이후 보수 진영 대통령 후보 중 처음으로 미래를 상징하는 2030세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며 "이것이 세대통합을 이룰 수 있는 지도자라는 증명 아닌가"라고 윤 후보 지지를 당부하며 지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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