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저지르는 범죄가 갈수록 잔혹해지고 지능화하면서 이에 대한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 죄를 지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 법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비중이 늘고 있다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잇따른 대책 촉구에도 국회가 사실상 손을 놓으면서 입법 논의는 제자리만 맴돌고 있다.
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소년범죄와 관련한 소년법 및 형법 개정안은 총 9건이 올라왔다. 이 중 만 14세인 촉법소년 연령 상한을 낮추도록 한 내용의 법안이 4건을 차지했다. 1건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 역시 소년법의 상한 연령을 낮추거나 강력범죄의 경우 소년법에 따른 보호사건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등 소년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개정안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소년범죄의 심각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어서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9년 소년사건 재범률은 35.1%에서 40%, 강력범죄 비율은 3.5%에서 5.5%로 늘었다. 청소년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갈수록 범죄가 점차 고도화하고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거나 아예 촉법소년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20년 렌터카를 훔친 뒤 사망 사고를 낸 10대들이 촉법소년으로 드러나자 이들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100만 명이 넘게 동의하기도 했다. 현행법상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처벌이 아닌 감호위탁, 사회봉사, 소년원 송치 등의 보호처분만 받는다.
청소년 인구가 줄어들면서 소년범죄의 총량이 줄고 있음에도 촉법소년 범죄는 예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7364건이었던 촉법소년의 소년부 송치 건수가 2019년 8615건으로 늘었고 2020년 9606건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3년 새 촉법소년은 살인 8건, 강도 28건, 방화 111건, 강간·추행 1140건 등 강력범죄를 저질렀지만 이들은 최대 2년의 소년원 보호처분을 받았을 뿐 전과 기록도 남지 않은 채 일상으로 복귀했다.
합법적으로 처벌 면제를 악용할 수 있는 촉법소년 규정이 오히려 청소년의 범죄를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촉법소년 중 절대로 보호처분에 머무를 수 없는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1%에 이른다”며 “이들이 소년원으로 가면 소위 ‘황소개구리’로 활동하면서 교화가 가능한 나머지 99%의 아이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시대 변화에 맞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촉법소년 연령 기준이 도입된 지 70여 년이 지났고 앞서 민법이 성년 나이를 만 20세에서 만 19세로 낮춘 것처럼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반복되는 법 개정 요구에도 국회는 요지부동이다. 21대는 물론 20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의 연령을 낮추는 개정안이 7건 올라왔으나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소년범죄가 지능화하고 있는 만큼 우선적으로 촉법소년의 연령만이라도 손질해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촉법소년의 연령을 하향해 처벌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범죄 억제 효과가 커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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