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결렬된 야권 단일화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가웠다. 그간의 피로감에 야권 단일화가 필요 없다는 여론은 51.2%로 껑충 뛰었다. 야권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두고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28.9%,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5.6%였다. 결렬에 두 후보 모두 비슷한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다만 윤 후보와 안 후보 가운데 누가 단일 후보가 돼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는 결과는 여전했다.
서울경제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2월 27일~3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렬 분위기로 가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싸늘한 여론이 나타났다.
단일화에 대한 기대감이 추락했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과반인 51.2%가 단일화가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필요하다’는 답은 40.5%였다. 지난 1차 조사(2월 2주)에는 필요하지 않다는 답이 44.8%였다. 하지만 2월 13일 안 후보가 단일화를 제안한 뒤 2월 4주에는 47.6%로 뛰었고, 27일 윤 후보가 기자회견을 한 뒤인 이번 조사에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절반을 넘어서며 여론은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으로 움직였다. 이번 조사에서는 야권 후보 단일화 시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진보층(76.9%)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았지만 중도층(55.5%) 역시 직전 조사(50.8%)보다 4.7%포인트가량 단일화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해졌다.
야권 단일화를 보는 시각은 지역별로도 달랐다. 이번 선거의 승부처로 불리는 서울은 ‘필요하다(45.7%)’와 ‘필요하지 않다(46.6%)’가 비등했다. 하지만 인천·경기에서는 단일화에 반대하는 여론(52.8%)이 찬성(37.4%)을 압도했다. 보수 진영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은 ‘필요하다’가 각각 49.3%, 50.9%로 ‘필요하지 않다(각 41.6%, 45%)’를 앞섰다.
단일화 계획이 결국 깨진다면 여론은 제1 야당인 국민의힘 쪽에 더 큰 책임을 물었다. 협상이 최종 결렬되는 상황을 가정한 질문에 응답자들은 윤 후보(28.9%)와 안 후보(25.6%)에 대해 비슷한 책임을 물었다. 다만 윤 후보 지지자의 48.1%는 단일화 결렬 상황이 안 후보로부터 초래됐다고 답했다. 반대로 안 후보 지지자들은 윤 후보(20.6%)와 안 후보(23.6%)가 모두 잘못이라는 답이 많았다.
단일화 결렬 책임에 대해 이 후보는 2.5%,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0.5%에 불과했다. ‘통합정부’를 내세워 안 후보 등에게 러브콜을 하는 등 여당이 단일화 결렬을 종용하고 있다는 야당 일각의 주장에는 여론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오히려 단일화 결렬이 제1 야당인 국민의힘 탓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응답자들은 안 후보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이어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16.5%)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고 봤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탓이라는 응답만 45.4%였다.
여론은 아직도 단일화가 필승 카드라는 데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누구로 단일화되든 3자 구도가 형성되면 이 후보를 앞섰다. 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면 지지율이 49%로 이 후보(38.3%)를 10.7%포인트 차이, 안 후보가 나서면 44.4%로 이 후보(31.8%)를 12.6%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윤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 보수층(82.1%)이 결집하고 중도층(44.8%)도 4자 구도(37.3%)보다는 높아졌다. 반면 안 후보가 나서면 보수층(61.4%)은 윤 후보에 비해 이탈하지만 중도(48.3%), 진보(19.7%) 모두 표가 모이는 결과가 나왔다.
지금이라도 야권 단일화 경선이 치러진다면 윤 후보를 단일 후보로 뽑겠다는 답이 더 많았다. 단일화 경선을 벌이면 42.5%가 윤 후보를, 38.1%가 안 후보를 지지했다. 안 후보는 20대(45.7%)와 30대(42.9%)의 지지율이 높았고 윤 후보는 50대(40.1%)와 60대 이상(63.4%)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번 조사는 무선(89.1%), 유선(10.9%) 임의전화걸기(RDD)를 활용한 전화 면접원 방식으로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이며 응답률은 12.5%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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