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케미칼이 만든 특정 공업용 세척제를 사용했다가 급성 중독 판정을 받은 근로자가 29명으로 늘어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유해가 의심되는 공업용 세척제를 사용한 16개 기업에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다. 최소 한달 뒤 진단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급성 중독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달 16일 두성산업에서 유성케미칼 세척제를 사용하다가 근로자 16명이 직업성 질병 진단을 받은 사고와 관련 동일 세척제를 사용한 기업이 있는지 지난달 21~24일 전수조사했다. 두성산업 근로자 16명은 세척제에 함유된 독성물질인 트리클로로메탄 노출 정도가 기준치의 최고 6배였다.
고용부는 전수조사 결과 16곳을 우선 확인해 급성 중독 여부를 가리는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렸다. 명령을 내린 시점은 기업 별로 차이가 있지만 진단에는 통상 한 달 가량 걸린다. 세척제를 사용해 급성 중독 증상을 보인 근로자는 전일까지 29명이다. 두성산업에서 16명, 대흥알앤티에서 13명이 확인됐다. 추가로 16곳의 진단 결과에 따라 급성 중독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진단 명령을 내린 16곳 이외 기업에서 급성 중독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고용부는 유성케미칼을 압수수색하면서 추가로 89개 기업이 같은 세척제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했다. 만일 세척제를 사용한 업체가 있다면 2차로 대상 기업에 임시건강진단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고용부는 급성 중독 사고가 유성케미칼의 세척제 문제인지 세척제를 사용하는 기업의 잘못인지 여부를 수사 중이다. 트리클로로메탄은 사용금지물질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소배기장치, 환기시설 등을 제대로 갖춘다면 사용할 수 있다.
고용부 수사는 세척제를 잘못 사용했는지를 판단하는데 무게가 실린 분위기다. 두성산업은 중대재해법 위반 여부로 수사 받고 있다. 회사 대표는 지난달 20일 입건됐다. 두성산업이 세척제 사용에 관한 안전보건 의무를 소홀히 한 정황이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흥알앤티도 같은 이유로 중대재해법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고용부는 대흥알앤티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가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대흥알앤티 직원 13명은 트리클로로메탄 노출 정도가 기준치의 4.7배였다.
고용부는 세척제의 문제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문기관에 세척제의 성분 검사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케미칼이 세척제에 실제로 함유된 트리클로로메탄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고 납품했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추가 급성 중독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행히 (사고를 일으킨) 세척제로 급성 중독 증상을 보인다는 제보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진단 결과가 나와야 알지만, 추가 중독자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