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위한 손실 보상이 시작되자마자 산정 기준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테이블 거리 두기, 칸막이 설치 같은 ‘시설 내 인원 제한 조치’로 받은 피해도 손실 보상 기준에 포함하기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소상공인에게 큰 타격을 입힌 ‘사적 모임 금지 조치’는 제외됐기 때문이다. 손실보상액 산정 기준이 되는 정부의 방역 수칙이 별다른 홍보 없이 수시로 바뀌면서 자신의 손실 보상 결과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잖다. 한편에서는 손실 보상 소급 적용을 요구하는 소송까지 제기돼 손실 보상을 둘러싼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손실보상액을 지난 3일부터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손실 보상은 집합 금지, 영업시간 제한 조치에 대해서만 이뤄졌지만 이번 손실 보상은 시설 내 인원 제한 조치(이하 밀집도 조치)도 포함됐다. 소상공인은 지난해 10~12월의 일평균 손실액에 방역 조치들을 이행한 합계 일수를 곱해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는 4~8인까지만 가능했던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손실 보상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크다. 밀집도 조치는 면적당 인원수 제한, 테이블 거리 두기, 칸막이 설치 등으로 사적 모임 금지와는 별개의 조치다. 중기부의 한 관계자는 “밀집도 제한은 특정 자영업자에 대해 행정력을 발동한 것이지만 사적 모임 제한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특정 영업에 심각한 손실을 가하지 않았다고 논의가 돼 기준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식당을 하는 이 모(48) 씨는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조치 중 하나가 사적 모임 금지였는데 손실 보상 기준에서 제외된 것이 납득이 안 된다”며 “임대료도 안 되는 돈으로 손실 보상이 이뤄져서 불만인데 기준조차도 이해가 안 가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사적 모임 금지 제외를 비판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 작성자는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을 (기준에서) 제외시킬 것이었다면 왜 우리는 사적 모임 최대 인원을 지켜가며 장사를 하고 과태료를 냈느냐”고 꼬집었다.
식당·카페에 대한 밀집도 조치가 지난해 12월 6일부터 권고 사항으로 변경된 데 따른 혼란도 적지 않다. 바뀐 방역 지침을 모르고 계속 밀집도 조치를 시행한 자영업자들 중 일부는 손실 보상 신청 결과 지난해 12월의 밀집도 조치 이행 일수가 5일(12월 1~5일)만 인정돼 지방자치단체에 문의 및 항의하고 있다. 고장수 카페연합회 회장은 “소속 지자체에서 별다른 안내를 받은 적이 없어 지금도 테이블 의자를 빼놓고 밀집도를 지키며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의무 사항이 아니었다고 하면 황당하다”고 말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6일부터 방역패스를 식당·카페에 적용했는데 밀집도 조치까지 이중으로 적용하면 무리가 있어 권고 사항으로 변경됐다”며 “세세한 지침을 지자체나 자영업자분들이 숙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4개 소상공인 단체로 이뤄진 ‘코로나피해자영업총연대’는 이날 서울행정법원에 손실 보상을 소급 적용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소상공인법 개정 이전에 소상공인이 입은 손실은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코자총은 집합 금지 명령이 2020년 4월부터 시작된 만큼 지난해 7월 이전의 손실까지 정부가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소송에는 1만 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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