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편·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공급국은 제품 밀어내기를, 수요국은 재고 쌓기를 서두르는 영향으로 분석된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3월 ICT 수출액은 총 205억 8000만 달러(약 29조 원)로 지난해 3월보다 9.4% 증가했다. 수입은 같은 기간 6.8% 증가한 122억 1000만 달러(약 17조 원)를 기록했다. 이에 무역수지는 83억 7000만 달러(약 12조 원) 흑자를 보였다.
품목별로 보면 2월에 전년 동월 대비 3% 줄었던 반도체 수출액의 반등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11.8%나 증가한 130억 6000만 달러(약 19조 원)를 기록했다. 시스템반도체 수출이 1.5% 줄었지만 메모리반도체 수출이 18.4%나 늘면서 전체 반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산업부는 “수요 기업의 메모리 재고 감소와 고대역폭메모리(HBM)·DDR5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 증가에 힘입어 수출이 회복됐다”며 “베트남 반도체 수출액은 33.2%, 미국은 3.5%, 유럽연합은 6.6%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부터 7개월 연속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던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미국의 보편·상호관세 부과 소식에 8개월 만에 1.3% 증가로 전환했다.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한 전방 기업들이 먼저 재고 확보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대미 디스플레이 수출액은 지난해 3월보다 17.1%나 늘며 전체 지역 중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휴대폰의 경우 수요 둔화로 인해 완제품 수출이 1년 전보다 9.9% 감소했지만, 해외 생산 기지로 부분품을 수출하는 규모가 늘면서 전체 휴대폰 수출액은 14.5% 증가했다. 컴퓨터·주변기기는 서버·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저장 장치 수요 확대로 수출이 28.1% 늘며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통신 장비 수출만 전년 동월 대비 0.4% 줄며 소폭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미국과 베트남 수출이 각각 지난해 3월보다 19.4%, 14.6%씩 늘었다. 특히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인 대미 ICT 수출은 반도체, 휴대폰, 컴퓨터·주변기기 등 전 품목에서 늘어 1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면 우리나라 ICT 최대 수출국인 중국(홍콩 포함)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줄어 전년 동월 대비 12.2% 감소했다. 유럽연합(EU)·인도 수출액도 각각 2.8%, 3.7%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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