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불명예에도 20대 대선의 사전투표율이 36.93%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로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본투표 당일의 밀집을 피해 사전투표에 나선 유권자가 많았고 양 진영에서 투표 총력전을 벌인 점도 사전투표율을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3월 9일 본투표에서도 이 같은 기세가 이어진다면 지난 1997년 15대 대선 이후 25년 만에 ‘투표율 80%’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야는 본투표를 3일 앞둔 6일 높은 사전투표율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며 기선 제압에 나서는 한편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 출현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우선 사전투표율이 높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투표할 사람은 다 투표했다’며 결집이 끝났다는 판단 속에 아직도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중도층’ 공략에 나서는 분위기다. 아울러 격전지로 꼽히는 ‘수도권’ 민심을 포함해 전체 투표율을 좌우할 코로나19 변수 등을 예의 주시하며 막판 표심 다지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①가늠되지 않는 중도층 표심=공표가 금지되기 직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초박빙 양상을 보였다. 물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공표 금지 직전 야권 단일화로 사퇴하면서 대부분의 조사가 심상정 정의당 후보까지를 포함한 4자 대결로 조사됐기 때문에 공표된 여론조사 수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안 대표에 대한 핵심 지지층이 중도층이라는 점에서 막판 안 대표에서 이동할 표심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윤 후보의 지지율이 40%로 동률을 기록한 3일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안 대표 지지층 가운데 정치 성향이 중도층인 응답자는 14%였다. 반면 안 후보에 대한 진보층과 보수층 지지율은 각각 8%, 6%라는 점에서 안 후보의 중도·진보 지지층이 보수후보인 윤 후보에게 쏠리지는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만 정치 교체 여론이 큰 20대 청년층의 표심은 윤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20대는 기본적으로 반여 성향이 강해 앞으로 윤·안 단일화가 시너지를 낼 경우 20대 표심의 상당수가 윤 후보에게 기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같은 조사에서 20대는 윤후보 33%, 이 후보 26%의 지지를 보였고 안 대표 지지층은 20%였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고)
②尹·李 승부 결정타…수도권 민심=역대급 사전투표의 열기에도 수도권 지역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이 주목된다. 경기는 33.65%로 최하위였고 인천도 34.09%로 전체 투표율을 하회했다. 서울이 37.23%로 소폭 상회하는 수준에 머물러 본투표 날까지 투표를 미룬 유권자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즉 여전히 수도권 민심의 향배에 따라 후보들의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지역별 표심 영향은 사전투표가 익숙해지면서 여야별 유불리를 판단하기 어려워졌지만 이번 경기 지역이 낮은 것은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며 “저조한 투표율이 그만큼 신중한 표심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NBS 여론조사에서 서울 지역의 지지율은 이 후보 36%, 윤 후보 40%를 기록했으며 인천·경기는 이 후보 42%, 윤 후보 40%를 나타냈다. 이 후보에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던 서울 부동산 민심에 변화가 보이자 여권은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우상호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은 “‘윤석열은 아닌 것 같다’는 게 서울 중도층·부동층의 표심을 대표하는 문장 같다”며 “인물론을 내세워 막판 수도권에 화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도 수도권 유세에 집중할 방침이다. 최대의 표밭이자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인 수도권에서의 우세 없이 대선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또 ‘아름다운 단일화’를 강조하기 위해 안 대표와 서울 도심 마지막 유세를 함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③코로나 대응…존재 이유 묻게 된 선관위=이처럼 수도권 중도층·부동층이 막판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들을 투표장까지 이끌 수 있는 최종 변수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으로 보인다. 전날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를 대상으로 한 사전투표에서 대혼란이 벌어지면서 본투표 당일 확진자·격리자 투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경우 대선판 전체를 흔들 잠재적 뇌관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초박빙 대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개표 결과에서 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갈린다면 선거 관리 부실 논란으로 부정선거 논란 및 불복 제기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투표에 민감한 보수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오지 않을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여야는 ‘재발 방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부정선거론에 발을 댔다가 대선 승리 시 ‘자기부정’을 하게 되는 딜레마에 갇힐 수도 있어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