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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앞인데도 누구 뽑을지 못정해”…정치 회의감에도 투표소로 이어진 발걸음

“제대로 된 후보 없어…그래도 할수 있는 것이 투표”

삼대가 투표소 함께 찾고 가족 단위 시민들도 다수

‘사전투표 부실관리’ 항의에 투표소서 고성 오가기도

제20대 대선이 치러지는 9일 오전 노부부 한쌍이 서울 용산구 청파동 제1투표소로 들어가고 있다. 이건율 기자




20대 대통령 선거 당일인 9일 아침 일찍부터 시민들은 서울 곳곳의 투표소를 찾는 등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 삼대가 함께 투표소를 찾은 가족도 있었으며 슬리퍼와 잠옷 차림으로 편하게 투표소를 찾은 커플도 보였다.

대다수의 시민들은 후보의 ‘도덕성’을 기준으로 표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40분께 서울 중구 남영동 제2투표소(서울시버스노동조합)을 찾은 이한수(88) 씨는 “지금까지 빠짐없이 투표를 했는데, 오늘은 오래된 정치인들 구태정치 그만하라고 새 정치인을 뽑았다”면서 “지금까지 여럿을 뽑았지만 누구에게 투표해도 1~2년 지나면 다 정치에 물들어서 자기 이익 챙기기 바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누가 되든,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든 도덕적으로 나라 살림을 운영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뽑을 사람이 없다’며 정치에 회의감을 드러낸 시민들도 다수 보였다. 몇몇 시민들은 투표소 앞까지 왔는데도 누구에게 표를 줄지 정하지 못하기도 했다. 아이와 함께 용산구 청파동 청파도서관 투표소를 찾은 40대 이모 씨는 “이번엔 정말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투표장 앞인데 아직도 머릿속에서 누굴 뽑을지 정리를 못했다”고 말했다. 60대 남성 A씨도 “출근길에 투표를 하기 위해 들렀는데 정말 뽑을 사람이 없다”며 “무난히 5년이 지나고 다음 대선에서 뽑을 만한 정치인이 등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역 인근의 쪽방촌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를 찾았다. 하지만 이들은 ‘정치에 회의감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쪽방촌에 거주하는 70대 백모 씨는 “정치인들은 선거철이 되면 쪽방촌 사람들 챙겨주겠다고 몇 번 오기도 하지만, 투표 후에는 입을 닫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기(쪽방촌) 거주하는 사람들은 원래 정치에 관심 적은 편이지만 점점 투표율이 낮아지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투표 열기는 사그라들지 않은 채 많은 시민들이 연달아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정모(52)씨는 “김밥집을 하는데 가게 문을 열기 전에 투표를 하러 왔다”며 “차기 대통령에게 큰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국민 돈 우습게 보지 말고 탈 없이 5년을 보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지팡이를 짚고 투표장을 찾은 80대 김모 씨는 “요놈을 뽑으나 저놈을 뽑으나 그놈이 그놈”이라면서 “제대로 된 후보가 없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게 투표밖에 없으니 투표라도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이날 용산구 남영동에 마련된 한 투표소에서는 최근 발생한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과 관련해 말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투표소를 찾은 B씨는 관리 직원에게 “이미 언론에 사전투표가 부실하게 관리됐다고 나오지 않았냐”면서 “사전투표는 부정투표를 하기 위한 수단이다.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투표소 관리인은 “절대 그런 일은 없다. 사전투표 논란도 여기서 벌어진 일이 아닌데, 왜 여기에 항의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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