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가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미그(Mig)-29 전투기를 지원하겠다고 제의했으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사실상 거부했다.
미국이 폴란드의 전투기를 받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전쟁 확산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8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폴란드의 제안이 쉽게 옹호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 정부의 처분에 맡겨진 전투기가 독일의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기지에서 출발해 러시아와 맞서는 우크라이나로 향한다는 건 나토 동맹 전체에 심각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렇게 할 실질적 이유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면서 “폴란드가 보유한 항공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길지는 궁극적으로 폴란드 정부가 내려야 할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폴란드는 이날 미그-29 전투기 28대를 독일의 미 공군기지에 배치하고 미국의 처분에 맡길 준비가 됐다고 밝혔는데 미국이 폴란드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외신들은 폴란드가 미그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길 경우 미국은 F-16 전투기를 폴란드에 제공해 군사력 공백을 메워주는 방안을 검토해왔지만 폴란드의 이번 제안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대 파견은 검토하지 않는다며 군사 개입에는 선을 그어왔다. 만약 폴란드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이 방침을 깨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폴란드가 미국의 요청대로 우크라이나에 직접 전투기를 지원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할 경우 전쟁에 개입하는 것으로 간주해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폴란드가 협상을 계속 하고 있지만 전투기 지원은 결론이 쉽게 나오기 힘든 민감한 문제인 셈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간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서방국이 러시아로부터 보복을 당하지 않은 것처럼 폴란드 역시 전투기 지원으로 군사 보복을 당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전투기 지원은 러시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는 만큼 러시아가 폴란드에 대해 경제 제재를 고려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한편 미그기 지원이 현실화해도 우크라이나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AP통신은 “제공되는 미그-29기 숫자가 많지도 않고 현재 러시아가 가동하는 전투기에 비해 성능도 떨어져 쉬운 먹잇감이 될 것”이라며 “미그기가 게임 체인저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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