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2주째 수도 키이우(키예프) 점령에 고전하면서, 세계 최강이라던 러시아 군대에 대한 유럽 각국의 평가가 바뀔 조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 시각) 각국 군사·정보 기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군의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한때 러시아를 두려워했던 유럽 정부들은 과거처럼 러시아 지상군에 겁먹지 않았다고 말한다”고 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곧바로 키이우(키예프)를 점령하겠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장기전으로 끌려들어가는 모습이다.
NYT에 따르면 러시아 군인들은 연료·식량 부족뿐 아니라 사기 저하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방 정보 당국은 우크라이나에 진입한 일부 러시아 군인들에겐 유효기간이 2002년인 전투 식량이 보급됐고, 전투를 피하기 위해 항복하고 차량을 파괴한 병사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 밑에서 외무장관을 지냈던 안드레이 코지레프는 최근 트위터에 "크렘린은 지난 20년간 러시아군을 현대화한다고 돈을 썼지만, 예산의 상당수는 중간에서 빠져나가 호화요트를 사는 데 사용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수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군대를 제압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군은 90만 명에 이르고 예비군도 200만 명에 달한다. 각종 무기를 제외하고 병력만으로도 우크라이나의 8배 규모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이 과정에 러시아 군이 일선 전투병에서 수뇌부까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징집된 러시아의 어린 병사들은 경험이 없는데다가 전투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권한이 없는 것은 하사관도 마찬가지다.
NYT는 또한 “러시아군 지휘관들이 위험을 최대한 회피하는 성향을 보였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 북부 날씨가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저공비행을 지시해 우크라이나 방공망 공격에 노출됐다”고 했다. 지휘관들의 보신주의 때문에 압도적인 공군 능력의 우위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공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군 수뇌부의 작전 능력에도 의문부호가 붙었다. 러시아 군은 우크라이나의 군 시설에 대한 정밀타격을 포기하고 시민을 희생시킬 수 있는 무차별 타격을 진행 중이다.
러시아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의 증오심을 더 고조시킬 수 있는 이 같은 전술 변경은 장기적으로 러시아에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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