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호 공약 이행으로 부동산 대수술에 나서며 우선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등 세제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문제가 현 문재인 정부의 최대 실정(失政)으로 꼽히며 이번 대선의 표심을 가르는 중대 변수로 작용한 만큼 당장 가시화한 보유세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높다. 오는 22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공개되는 만큼 이에 맞춰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을 낮추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제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올해 주택 공시가격을 지난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를 내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지난해 전국 공시가격이 19% 폭등하며 14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재산세 부담이 커진 만큼 그 이전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면 세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비율은 재산세·종부세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곱하는 비율로, 올해로 재산세는 60%, 종부세는 100% 수준이다. 즉 공시가격이 10억 원,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60%라면 6억 원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세금을 부과한다는 의미다. 이 비율을 40%로 낮추면 과세표준은 4억 원으로 줄면서 내야 하는 세금 규모도 작아지게 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은 법 개정 없이 정부의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해 우선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세법은 재산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주택 기준으로 40~80%, 종부세법은 60~100%까지 해당 법 시행령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산세와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재 60%에서 40%로, 100%에서 60%로 각각 낮춰 세 부담을 덜 수 있다.
종부세율 조정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은 현재 0.6~3.0% 수준인 1주택자 종부세율을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인 0.5~2.0%로 낮출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지난해 수준인 95%로 동결하고 세 부담 증가율을 50%로 제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세율 조정은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한다.
장기적으로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 관리 도구로 전락한 부동산 세제를 조세 원리에 따라 정상화할 방침이다. 주택 보유자에 대해 ‘징벌적’ 세 부담을 강화하면서 주택 구매와 유주택자의 주거 상향 이동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다 보유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들이 이를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사례도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진 상태다.
구체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안 논의는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 구성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5월 윤 당선인이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부터는 1주택 종부세율 환원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재검토, 다주택자 취득세 누진 과세 완화 등 중장기 과제도 추진된다.
다만 여소야대 국회에서 윤 당선인의 세법 개정안이 입법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선구 아티웰스 대표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안 발표까지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다만 중장기 과제인 세율 조정은 세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논의가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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