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대통령의 첫 업무 지시로 만든 일자리위원회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 컨트롤타워로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노사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자문 기구로서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일자리위는 출범 당시부터 어느 정도 역할을 할지 정부 안팎에서도 의구심을 제기하는 시각이 있었다. 일자리 정책 예산과 집행을 각각 담당하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와 서로 역할이 중복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일자리위는 결국 부처처럼 주도적으로 정책을 만들거나 기존 정책을 견제하기보다 정책 추진 현황을 점검하는 자문 기구 역할에 그쳤다.
일자리위는 지난 2017년 6월 21일 문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회의부터 2021년 12월 22일 회의까지 총 스물두 차례 본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문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기재부 장관 등 11명의 부처 위원과 정부 출연 기관장, 노사 단체 대표 등 총 30명으로 구성됐다. 출범 이듬해인 2018년부터 노동계에서는 “설립 목적을 잃고 형식적인 위원회로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해가 바뀌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열린 제22차 회의 안건들도 디지털 전환, 탄소 중립 등 기존 부처 대책들로 구성됐다. 결국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22차 일자리위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용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일자리위에 대한 원성이 더 높아졌다. 국민의힘은 일자리위의 예산이 성과에 비해 지나치게 많이 책정됐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일자리위의 역할이 문재인 정부 집권 후반기 일자리 정책에 대한 일종의 방패막이로 축소된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김용기 일자리위 부위원장은 지난해 말 당시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정부가 단기 일자리만 늘렸다”고 비판하자 온라인에서 공개 반박해 논란이 됐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달에도 전일제 환산 고용률을 근거로 일자리 상황이 악화됐다는 학계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논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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