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광주에서 총 7명의 사상자를 낸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가 시공·감리 등 총체적인 관리 부실로 인해 발생한 ‘인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최대 ‘건설업 등록 말소’에 해당하는 강력한 처벌을 요청할 계획이다.
14일 국토교통부 HDC현대산업개발 아파트 붕괴 사고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광주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사조위는 지난 2개월간 현장 조사와 관계자 청문, 관련 문서 검토, 재료 강도 시험 등을 통해 해당 사고 원인을 조사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시공사는 붕괴가 시작된 39층의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 방식을 설계와 다르게 무단으로 변경했다. 바닥 시공은 일반 슬래브에서 데크 슬래브로, 지지 방식은 가설지지대(동바리)에서 콘크리트 가벽 설치로 바꾼 것이다. 이로 인해 38층과 39층 사이 PIT층(배관 등을 설치하는 별도 층)의 바닥 슬래브 작용 하중이 설계보다 2.24배 증가(10.84kN/㎡→24.28kN/㎡)했다.
PIT층 하부를 지지하는 동바리를 조기 철거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의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라 고층 건물의 경우 최소 3개 층(36~38층)에 동바리를 설치해야 하지만 해당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PIT층 바닥 슬래브가 하중을 단독으로 지지하면서 1차 붕괴를 유발했고 건물 하중을 견디지 못해 연속 붕괴로 이어졌다.
콘크리트 강도도 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장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 시험 결과 17개 층 중 15개 층의 시험체가 설계 기준 강도의 85% 수준이었다. 이는 철근과 부착 저하를 유발해 건축물 안전성 저하를 초래했다. 사조위는 콘크리트 제조와 타설 단계에서 작업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추가적인 가수(加水)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장 감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감리단이 현장에서 사용한 검측 체크리스트에 세부 공정의 검사 항목이 빠져 있었다. 특히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가벽의 안전성과 3개 층 동바리 제거 등을 확인하지 못했다. 시공사와 감리사는 구조 설계 변경 사항에 대해 확인하는 절차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사조위는 사고 원인 분석 결과에 따라 △제도 이행 강화 △감리 제도 개선 △자재·품질 관리 강화 △하도급 제도 개선 등 재발 방지 방안을 제시했다. 김규용 사조위원장은 “조사 결과가 붕괴 사고의 원인 규명뿐 아니라 향후 유사 사고 재발 방지에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최종 보고서는 세부적인 사항을 보완해 약 3주 후 국토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달 중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고 HDC현산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검토해 처분권자인 서울시에 전달할 계획이다. HDC현산은 건설산업기본법 등에 따라 건설업 등록 말소나 1년 이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국토부는 HDC현산이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 참사에 이어 이번 사고까지 낸 점을 고려해 가중처벌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고의 재발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며 “이번 사고에 대한 처벌 규정이 어느 조항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고 그에 따라 등록 관청에 처벌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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