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건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6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 당선인의 사면 건의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사면하지 않는 것으로 검토를 마쳤는데 두어 달만에 번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윤 당선인은 이날 문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MBC)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할 때 이 전 대통령 사면도 이미 검토했다. 국민 법감정 등을 고려했을 때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건강 문제가 가장 큰 판단 기준이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과 상황이 달랐다”며 “얼마 전에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는데 그것을 당선인이 요청했다고 해서 바꾸는 것이 과연 바람직하냐”고 반문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요청할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윤 당선인 취임까지 두 달 남지 않았느냐. 정말 (이 전 대통령 사면이) 국민 통합에 도움 된다고 생각한다면 본인이 취임하고 나서 해도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한 라디오(CBS)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 사면 논의에 대해 “정치적인 이유로 중대한 범죄자가 사면되는 것에 원칙적으로 반대”라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사면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니 문 대통령께서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사면 건의 자체가 부적절하다. 윤 당선인이 이 전 대통령을 사면하고 싶다면 취임 후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면을 건의하는 것 자체가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지우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과 김 의원은 모두 권선동 국민의힘 의원이 이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동시 사면 가능성을 거론한 것에 대해 “권 의원의 개인적 견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그런 형태의 정략적 사면은 정치적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며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윤 당선인 측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의 거취 표명을 요구한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박 의원은 “윤 당선인이 검찰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정작 검찰총장의 임기는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 당선인이 민정수석실을 없애겠다고 발표한 것에도 “오히려 윤 당선인이 직접 검찰을 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그런 것을 염두에 뒀다면 김 총장은 더 불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한동훈 전 검사장이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는 것에도 “이미 윤 당선인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며 “윤 당선인과 한 전 검사장의 관계는 법원에서도 특별 관계라고 인정할 정도다. 한 전 검사장이 임용되면 수사의 정당성과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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