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물속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상식을 뒤집어 배터리 화재를 차단하는 기술개발이 시작됐다. 특수 방화물질이 포함된 물속에서 작동하는 ‘워터 인 배터리(Water-in-Battery, WIB)’ 시스템이 그 주인공이다.
유니스트(UNIST·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김영식 교수팀과 한국동서발전, 교원창업기업 포투원,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은 17일 오후 ‘WIB 시스템 기술개발 과제 착수회의’를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WIB 시스템은 방화물질을 녹인 용액 속에서 배터리를 작동시키는 개념을 구현한 것이다. 정상 작동 시에는 배터리의 열을 낮춰 수명을 향상시키고, 배터리가 열폭주를 일으키면 표면의 방화물질이 침투해 산소와 열을 차단하면서 화재를 조기 차단하는 원리다.
이날 착수회의에서는 WIB 시스템 개발 및 실증을 위한 협력방안이 논의된다. 참여기관들은 WIB가 적용된 100㎾h급 ESS 시스템을 설계, 제작해 구축하고 실증하기 위한 협력에 나선다.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한 폭발 걱정 없는 ESS 기반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김영식 교수는 “최근 5년간 국내에서만 약 30건의 ESS 화재가 보고되는 등 배터리 화재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다”며 “바닷물 속에서 작동하는 해수전지가 화재에서 안전하다는 점과,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한 침수 소화 사례에서 착안해 방화물질 속에서 작동되는 배터리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교수 연구팀은 산업통상자원부와 울산시의 지원을 받는 지역활력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해수전지 및 해양특화전지를 개발해오는 과정에서 WIB 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고 이를 실제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직접 제작한 ESS 모듈을 활용한 열폭주 시험을 통해 시스템의 성능을 직접 검증하기도 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WIB 기술을 적용한 ESS는 기존 ESS 대비 폭발 및 추가 화재전이도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WIB 시스템의 개념을 국제학술지에 출판했으며, 관련 원천 특허도 다수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김영식 교수의 창업기업인 포투원은 한국동서발전과 함께 WIB 시제품 제작에 참여한다. 향후 약 1년의 실증기간을 거쳐 내년 하반기에 상용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수전지와 WIB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포투원은 정부의 ‘혁신기업 국가대표 1000’에 선정되며, 에너지 분야의 유망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영식 교수는 “WIB 시스템은 기존 ESS 시스템의 개념을 뒤엎는 독창적인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라며 “향후 세계 ESS 시장의 활력을 불어넣을 신기술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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