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공급망 불안에 따른 에너지와 생활 필수품의 수급 불균형이 세계 곳곳에서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독일 자동차 업계가 우크라이나산 부품 부족으로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이탈리아 슈퍼마켓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파스타 등 생필품을 진열하지 못하고 있다고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울러 스페인에서는 트럭 운전사들이 치솟는 연료비에 항의해 지난주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지 상점에서 주요 생필품이 공급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공급망 붕괴와 에너지 부족, 인플레이션을 야기한다는 측면에서 코로나19 팬데믹보다 유럽 경제에 훨씬 더 악영향을 미친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이 같은 전망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겹치면서 흔들리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럽이 강력한 경제 성장기에 다시 진입했다"고 전망했지만 최근 기자회견에서는 "성장세가 중요한 위험에 직면했다"며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와 원자재 등 물가 상승세를 가속화하고 경제활동 둔화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16일 세계 경제성장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전망치(4.5%)보다 1.1%포인트가량 낮아질 것으로 봤다. 지역별로는 유로존이 기존 예상치(4.3%)보다 1.4%포인트 하락한 2.9%, 미국은 당초 예상치(3.7%)보다 0.9%포인트 떨어진 2.8%로 분석했다.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은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OECD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 인플레이션율이 유로존은 2%포인트, 미국은 1.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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