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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 '박근혜 사저' 가보니] "한적한 동네였는데"…밀려드는 관광객에 주민들 '몸살'

지지자 집회소음·교통 체증 우려

감염 취약 어르신 걱정 목소리도

관광객들이 지난 20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로 향하고 있다. 달성=김남명 기자




관광객들이 타고 온 자동차 100여 대가 20일 오후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근처에 마련된 임시 주차장에 주차돼 있다. 달성=김남명 기자


“평화롭게 한적하던 시골 동네가 관광객으로 매일 북적입니다. 벌써부터 이러면 입주 이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릴지 상상이 안 되네요.”

지난 20일 오후 찾은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 앞 쌍계오거리가 골목을 오르내리는 차량으로 붐볐다. 임시 주차장에는 차량 100여 대가 빽빽하게 들어찼고, 사저 인근에는 번데기와 국화빵 등을 파는 상인들도 생겨났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로 향하는 길에는 골목마다 중장년층 행렬이 늘어섰다. 전날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먼 곳에서 찾아온 관광객은 물론 기자에게도 “집에 가져가서 쓴 다음에 다시 와서 이곳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며 편지지를 건넸다.

관광객들이 지난 20일 대구 달성군 유가읍 쌍계리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둘러보고 있다. 달성=김남명 기자




지역 주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4선 국회의원을 지내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달성군에 사저가 들어서는 것에 대해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으면서 지역 경제에도 일정한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다만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민 불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직장인 김 모(24) 씨는 “동네에서 대구 시내와 연결되는 가장 빠른 도로가 박 전 대통령 사저를 지나는데 관광객들로 인해 막히면 여러모로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성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집회가 열리면서 주민들은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기자가 찾은 이날도 일부 관광객들이 확성기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지켜드리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노래를 틀었다. 주민 김 모(49) 씨는 “지난 18일 오후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귀향을 반기는 대규모 환영 행사가 열렸는데 소음 때문에 하루 종일 창문을 닫고 지내야 했다”며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임 모(60) 씨도 “아직 박 전 대통령이 입주하지도 않은 지금도 이 정도인데 입주 후에는 더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관광객들이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코로나19 감염 확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저 인근에서는 간식 취식과 흡연 등의 이유로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대학생 권 모(25) 씨는 “지역에서 하루 1500~2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어 다들 조심하는 상황”이라면서 “감염병에 취약한 어르신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면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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