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서 연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집무실 이전’ 구상을 맹공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세부 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히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데다 윤 당선인의 설명과 달리 비용이 눈덩이로 불어날 것이 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더불어민주당은 22일 국회에서 국방위원회를 열고 용산 집무실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 문제를 따져 물을 예정이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CBS) 방송에 출연해 “지금 안보 정세가 굉장히 민감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모든 종류의 미사일에 대구경 장사포까지 발사하고 있다. 우리는 대규모 팬데믹을 겪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위기관리를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청와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용산 집무실 이전에 반대 의사를 내비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정의와 평화를 말하던 내가 국방부 수호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제발 살살하지 않으면 여럿이 패가망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안보 상황을 고려해 (집무실 이전) 시기를 조금 조정하더라도 일단 인수인계가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이 우선”이라며 “청와대 위기관리기능은 5월 9일 이전까지 유지돼야 하니 이중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와중에 국방부는 계속 이사를 해야한다. 용산 경호도 취약한 상황이어서 안보 관리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이 반경 100m 이내에 같이 있는 것이 과연 맞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의원은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청와대의 NSC 소집을 두고 “역겹다”고 표현한 것에는 “이런 식으로 정권에 반감과 적대감만 가지고 당선자가 자기 의지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식이면 지금의 국군통수체계가 제대로 가동될 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집무실 이전이 장기적 계획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구중궁궐을 나와 시민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을 싫어할 국민이 누가 있겠느냐”며 “장기적인 계획을 만들어 차근차근 실행하면 될 일이지 단 하루라도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하겠다고 드러누워버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전 의원은 “국가와 헌법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자세를 먼저 보여주고 정치개혁과 권력 구조 개혁을 해나가면 될 일”이라며 “미국에서 대통령 인수인계시 핵 가방을 인수하는 절차가 있는 것이 1분 1초라도 핵무기 관리의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윤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에 “500억 원의 예산만 들이면 된다”며 예비비 집행을 요청한 것에 대해 “굉장히 잘못 알고 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선 국방부가 들어갈 합동참모본부 건물이 연합사령부의 이전을 고려해 공간이 많다는 사실부터 틀렸다”며 “제가 당시 담당자였는데 8층 정도 비워둔데다 그마저도 지금은 다 사용 중인 공간이다. 건물에 공간이 부족해 옆에 부속 건물을 더 지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윤 당선인은 국방부가 이사하는 데 드는 비용을 118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건 단순히 이사하는 돈”이라며 “군 작전지휘체계를 이전해 다시 설치하는 데만 300~400억 원이 더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게다가 이사하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민간인들 신원조회도 다 해야하는데다 급하게 일급비밀에 해당되는 시설물들을 이전하다 보면 전 세계 스파이들이 한국의 보안망을 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윤 당선인이 제시한 조망도를 보면 담장도 없는 공원”이라며 “그 부지에 있는 수송대·서울사무소·시설본부·헬기단·통신단 등 10개 이상의 부대를 옮겨야 한다. 그리고 청와대 주변을 경계하는 연대급 이상의 부대가 옮겨와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합참 건물 짓는데 10년 전에 1720억 원이 들었다. 10년이 지났으니 2200억 원은 필요하다”며 “20년 전 600억 원을 들인 국방부 역시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들어가는 데다 10여개 주변 부대의 이전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 전 의원 역시 “윤 당선인 측이 남태령으로 합참을 옮겨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하는데 합참이 지하벙커로 이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결국 수도방위사령부에 건물을 따로 지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김 의원은 국방부와 합참, 그리고 부속 부대의 근무자들 이전비용도 거론했다. 그는 “국방부에만 4000여 명이 근무한다. 가족까지 고려해 이전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며 “지금 국방부도 여유 사무실이 없다 5명이 쓰던 공간을 7~8명이 써야 한다”고 걱정했다. 이어 “심지어 방사청 건물로 이전하는 부서도 많다”며 “이 건물은 수도·전기도 끊긴 폐건물로 2~3년 뒤 철거를 앞두고 있던 건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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