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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유연화 '전 사업장 도입' 오해로 노사대립 심화…부작용 없도록 세심한 손질 필요

[공약 거품을 걷어내라]

< 5 > 노동난제 합의로 풀어라-액션플랜 없는 '근로시간 유연화'

노사 공감대 없이 추진 힘들어

세부 내용·실천플랜 마련 중요

수도권에 소재한 한 자동차 회사의 조립 라인.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근로시간 공약은) 달라진 노동환경 변화에 맞춰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을 더 넓혀주자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마련에 참여했던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24일 ‘근로전환 신청권’ 도입 공약에 대해 중소기업의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오해”라고 밝혔다. 근로전환 신청권은 정규직을 유지하면서 전일제 근로와 시간제 근로를 근로자가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제도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신청권이 남발될 경우 인력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유 교수는 “전 사업장에 획일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도입 가능한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실시할 방안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이 근로전환 신청권 같은 근로시간 유연화 공약을 좀 더 세부적으로 다듬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대립 구도로 해석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경제를 중시하면서 달라진 노동환경에 맞게 기준을 조정하고 자율권을 보장한다는 공약 취지를 제대로 노사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 공약에 대한 모호성을 없애고 각 산업 현장에 맞게 세분화하는 작업과 동시에 산업 현장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노사 공감대 조성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윤 당선인의 근로시간 유연화 공약의 핵심 키워드는 주 52시간제, 최저임금제 보완이다. 연장선상에서 연장 근로시간 규제 완화, 근로전환 신청권 도입, 선택적 근로시간 정산 기간 확대, 근로시간 저축 계좌제 도입 등이 공약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윤 당선인의 후보 시절 발언과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일련의 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의 근로시간 유연화 공약은 대부분 경영계가 요구하던 정책이다. 하지만 대부분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고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정책도 아니다.

경영계뿐만 아니라 상당수 노동·경제학자들은 윤 당선인의 근로시간 유연화로 시작될 다양한 노동정책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있다. 전체 취업자 수의 10%까지 늘어난 플랫폼 노동자만하더라도 기존 노동법제에서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경직된 근로시간 규율로는 연구개발(R&D),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관건의 정책의 실효성이다. 큰 방향보다는 세부적인 내용과 실천 플랜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 정부의 과제는 공약 자체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각계각층에서 공감대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노사 자율로 해결돼지 않을 경우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어떻게 제시할지도 관심이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대선 후보 시절 윤 당선인보다 높은 수위로 강성 노조에 대한 비판 입장을 밝혔다. 윤·안 공동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만큼 노동계에 강경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노동계도 윤 정부의 노동정책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쪽의 평행선을 달리며 갈등 수위가 높아질 경우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정부나 국회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처럼 과감한 정책을 쓰기 어려울 수 있다”며 “사회적인 공감대를 마련하는 노사정 기구의 역할이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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