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했다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30대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했다. 장기간 교회에 나가지 않다가 군 입대를 앞두고 종교활동을 재개하고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받은 사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A씨는 2018년 2월 현역입영통지서를 받았지만 군에 입대하지 않았다. A씨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것으로 병역법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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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은 "A씨가 입영을 거부한 것은 진실한 양심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대학에 진학한 2009년부터 입영통지서를 받은 2018년까지 9년 간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A씨는 어머니, 외조부모 등과 함께 어려서부터 여호화의 증인의 신도로 신앙생활을 이어왔지만 혼자 살게 된 이후로는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피고인은 대학에 진학한 후 잠시 종교적으로 방황의 시기를 겪었던 것으로 보이나 2018년부터 성서연구 및 정기 집회에 참석하며 종교생활에 다시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교회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2011년부터 수혈 거부라는 교리를 지키기 위해 ‘사전 의료지시 및 위임장’을 소지하고 다닌 것도 종교적 양심을 표출한 것으로 인정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결에서 구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2018년 11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것을 정당한 병역거부 사유로 인정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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