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예람 중사 유족이 군 장성을 고위공직자수사처에 고발한 가운데 군 성범죄 사건의 수사 주체가 복잡하게 나뉘어 있는 등 여전히 허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와 재판이 관행처럼 계속되고 있는 군 성비위 사건에서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법 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7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군내 성비위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사건을 놓고도 군 수사당국, 공수처, 경찰과 검찰 등 수사 주체가 복잡하게 나뉘어 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군 장성만 수사할 수 있다. 군 검·판사를 포함한 그 이하 계급은 수사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이 중사의 유족은 가해자인 정모 중사에 대한 수사·재판과는 별도로 은폐를 지시하는 등 수사를 방해하려 했던 공군 법무실장을 따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군 인권센터에 따르면 공군 20비행단 검사는 가해자를 구속 수사하려 했지만 공군 법무실 상부의 지시로 구속하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상황은 군 판·검사마저 사건 은폐·무마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경우다. 군 판·검사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은폐를 지시한 장성과는 원칙적으로는 다른 기관에서 수사를 받게 된다.
수사 주체는 군 수사당국과 공수처로만 갈리지 않는다. 최근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던 여군들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오는 7월부터는 군 강력 범죄는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군사법원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피해자가 제대로 된 사법 구제를 받기 어렵다는 반쪽짜리 개혁에 그치고 있다. 성범죄 가해 당사자는 민간 법원에서 재판을 받지만 은폐·보복성 인사 등 2차가해는 여전히 군사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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