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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추경실무 협의 공감에도…4가지 장벽 남았다

①정부 협조

②재원 마련

③국회 문턱

④인플레 압박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권욱 기자




평행선을 달리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회동이 28일 접점을 찾은 배경에는 심상치 않은 민심이 자리하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일일 최고 35만 명에 육박하는 확진자와 계속되는 방역 규제 등 위기를 돌파할 책무가 있는 두 지도자는 이날 민생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다. 배석한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두 분께서 의견의 다름 없이 국민을 위해 노력하자고 말씀 나눈 것으로 제가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윤 당선인이 가장 강조한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위한 추경 예산엔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장 비서실장은 “추경의 필요성은 공감했고 구체적인 사안은 실무적으로 대비하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정부가 추경안 마련을 위한 대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장 비서실장은 “손실보상 문제, (재원이)50조 원, (이런)예산 규모는 구체적으로 얘기하지는 않았고 인수위와 청와대가 실무적으로 계속 논의해가자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①정부 협조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공약인 5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에 전향적인 입장을 표해도 불난 민생의 불을 끄기 위한 절차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당선인의 공약은 소상공인 1인당 약 1000만 원을 지급하기 위해 추경 50조 원을 마련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추경 예산안 편성권은 헌법 제 56조에 따라 대통령이 아닌 정부가 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607조 원 규모의 올해 예산은 각 사업별로 지출처가 대부분 정해져 있다. 이 예산을 변경하려면 정부가 다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가 현 정부 임기 내 2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이 큰 변수다. 특히 기재부는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5월 9일까지 제2차 추경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기재부와 국회는 2월 16조 9000억 원 규모의 제1차 추경안을 처리했다. 그런데 한 달여 만에 또 추경안을 만들면 1차 추경이 민생을 살리기에 부족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된다.

②재원 마련

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데는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수 차례 607조 원 규모의 기존 정부 예산을 구조 조정해 50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 손실보상 재원을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문제는 이렇게 해도 50조 원을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정부 부처의 예산을 일괄적으로 10%씩 삭감할 경우 국가의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R&D)은 물론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줄줄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덩치가 큰 국방 예산이 구조 조정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용산 집무실 이전으로 국방부에 안보 공백 우려가 생긴 가운데 국방 예산을 삭감하면 여론은 안 좋은 쪽으로 반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취임 초 대규모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국가부채가 올해 1000조 원을 넘어서며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점은 큰 부담이다. 문 대통령 임기 안에 50조 원 규모의 추경안을 만들면 현 정부는 재정 악화의 책임만 떠안고 퇴장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가 이 같은 오명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③국회 문턱

정부가 대규모 추경안 마련에 협조해도 국회 심사와 본회의 통과라는 장벽이 남는다. 헌법상 정부가 편성한 예산의 심사 권한은 국회에 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내내 정부 여당을 향해 과도한 국채 발행과 재정 지출을 비판해왔다. 하지만 추경 50조 원 마련은 예산 구조 조정 외에 국채 발행을 하지 않고는 채울 수 없는 규모다. 윤 당선인이 추진하는 추경을 빚으로 마련한다면 172석의 민주당이 ‘내로남불’을 이유로 반대하고 나설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6월 지방선거를 고려해 민주당이 추경을 통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추경에 끝까지 반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하고 있다.

④인플레이션 압박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손실보상 50조 원, 금융 지원 50조 원 등 최하 100조 원이 시중에 풀려도 문제다.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압박에 노출된 한국 경제가 큰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올해 물가 상승률을 3.1%로 상향했다. 이는 물가 안정 목표(전년 동기 대비 2%)를 1.1%포인트 웃돈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10일 올해 물가 상승 예상치(3.1%)에 대해 “상방 리스크가 더 크다”며 추가 물가 상승을 우려하기도 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인 100조 원은 올해 1월 기준 시중에 풀린 돈(광의 유동성) 6293조 원의 1.5%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규모 지원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뛰며 함께 오른 국내 물가에 불을 지를 수도 있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풀린 돈이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남동부 국경도시 메디카에서 2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걸어서 국경을 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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