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가 ‘배드뱅크(부실자산 처리 은행)’ 설립을 검토한 배경에는 우리 경제를 휘청이게 할 정도로 달아오른 소상공인·자영업 대출 부실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가계 대출 규모는 1862조 원 규모로 역대 최대다. 이런 상황에서 영업·인원 제한의 코로나19 방역이 2년 넘게 지속되면서 부실화하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 대출만 올해 1월 말 기준 133조 원(70만 4000건)에 달한다. 2020년 4월 이후 금융 당국이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한 대출 원리금만도 291조 원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22일 기자회견까지 열어 만기연장을 요청한 것도 이런 상황이 반영됐다. 금융위는 결국 이달 말로 예정된 만기를 다시 9월로 연장하는 고육책을 내놨다. 하지만 9월까지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순식간에 목돈을 모아 갚지 않는 한 부실 폭발은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윤 당선인이 취임하면 소상공인 대출의 뇌관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민생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추가 인상에 영향을 받아 앞으로 대출 금리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갈수록 소상공인들의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이달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하지 않았다면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39.1%에서 41.3%로 2.2%포인트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영향이 큰 개인서비스 업종은 유예조치가 종료되면 DSR이 65.9%까지 높아진다. 100만 원을 벌어도 66만 원을 은행에 내야 하는 셈이다.
한은이 추산하는 자영업 적자 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약 78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 부채만 177조 원이다. 적자 가구는 식비 등 필수 지출과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보다 많은 집을 말한다. 1년도 버틸 수 없는 유동성 위험 가구도 27만 가구로 추정된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정책 지원을 거둔다면 유동성 위험 가구의 금융 부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서둘러 불을 끄지 않을 경우 신용불량자가 양산돼 국민들이 경제활동조차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2001년 IMF 관리 체제가 끝났지만 2004년까지 신용불량자가 최대 382만 명까지 치솟는 등 문제가 불거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윤 당선인의 공약인 배드뱅크가 추진되면 국내 금융권과 정부·소상공인진흥공단이 공동으로 자금을 출자하는 ‘특별기금’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배드뱅크는 시중은행에서 장기간 원금을 연체한 부실대출을 받고 상환구조를 변경해 차주가 대출을 갚아 나갈 수 있게 구조 조정할 방침이다. 윤 당선인이 추진하는 소상공인 손실보상 지원금과 대출 구조개선을 통해 2년간 큰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 대출의 불씨를 끄는 복안이다.
시중은행도 배드뱅크 설립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날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주재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이재학 신한은행 고문은 “소상공인진흥공단, 정부, 은행이 ‘소상공인 지원대출 관리기구’를 공동 출자해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행사를 주최한 윤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회 정무위원회 차원에서 배드뱅크 설립은 인수위원회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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