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서방의 광범위한 금융 제재 이후 세 번째 국채 이자 지급을 완료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서 또 한 번 벗어났다. 하지만 러시아가 다음 주 만기인 20억 달러(약 2조 4226억 원) 규모의 국채를 루블화로 환매하겠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디폴트 우려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재무부는 2035년 만기인 유럽 공동채권(유로본드) 이자 1억 200만 달러(약 1233억 원) 지급을 완료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러시아 재무부는 해당 금액이 해외의 어떤 채권 보유자에 송금됐는지 설명하지 않았으나,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환거래은행인 JP모건을 통해 이자 지급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개전 이후 점증하는 디폴트 우려 속에서 러시아가 국채 이자 지급을 완료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제재 일환으로 자국 내 러시아의 외환 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에서 퇴출시킴에 따라 러시아가 국채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달 16일 1억 1700만 달러(약 1417억 원)의 이자를 지급한 데 이어 21일에도 유로본드 이자 6563만 달러(약 795억 원) 상환에 성공했다.
이날 러시아 재무부는 다음 달 4일에 만기가 돌아오는 20억 달러 규모의 국채 원리금에 대해 루블화로 액면가의 100% 금액에 살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루블화 환매 의향을 묻는 제안일 뿐 최종 조치는 아니다. 투자은행 ‘르네상스 캐피탈’의 소피아 도네츠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이 제안은 서방 제재로 인해 달러로 이자를 지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지 채권 보유자들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해당 채권 계약상 원리금 상환이 달러로만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루블화 환매 조치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당장 31일에도 4억 4700만 달러(약 5414억 원)의 국채 이자 지급 시한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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